손현주 “편하게 다가오는 팬들이 나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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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주연 영화 ‘숨바꼭질’ 250만 관객몰이 ‘대세남’ 손현주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숨바꼭질’의 손현주는 들뜬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이 제 첫 주연 영화에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게 반가워요. 중3 딸이 영화를 보고 와서는 ‘× 무서운데 왜 얘기 안 했어’라고 하더라고요.” NEW 제공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숨바꼭질’의 손현주는 들뜬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이 제 첫 주연 영화에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게 반가워요. 중3 딸이 영화를 보고 와서는 ‘× 무서운데 왜 얘기 안 했어’라고 하더라고요.” NEW 제공
20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손현주(48). 충혈된 눈은 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 밤샘 촬영의 피로를 말하고 있었지만 피로보다 강한 흥행 대박의 엔도르핀이 그의 입가에 미소를 드리웠다.

그가 주연을 맡은 첫 영화 ‘숨바꼭질’이 관객 250만 명을 넘었다. 개봉 다음 날인 15일부터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 중이다. 상업영화로는 적은 제작비 25억 원의 영화가 450억 원짜리 ‘설국열차’도, 100억 원인 ‘감기’도 제쳤다.

“저는 드라마에서도 변방이었어요. 영화에 나온 다른 배우들(문정희, 전미선)도 특급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시나리오의 밀도가 좋아서 한번 붙어볼 만하다고 생각했죠.”

영화는 꽤 긴박감 있는 스릴러다. 중산층 아파트에 사는 성공한 사업가 성수(손현주)는 형의 실종 소식을 듣고 수십 년 만에 형의 아파트를 찾아간다. 집집마다 초인종 옆에 이상한 암호가 새겨진 아파트에서 주희(문정희) 가족을 만난다. 형의 행방을 찾을수록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좁은 아파트에서 이웃과 격리돼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 심리를 묘사했죠. 지하 주차장, 복도, 엘리베이터 같은 생활공간에서 벌어지는 색다른 공포가 있어요.”

영화를 연출한 허정 감독(32)은 이번이 첫 장편이다. “허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새벽에 읽었는데, 무서워서 끝까지 읽을 수 없었어요. 어떤 감독인지 궁금해 만나봤더니 미소년 같은 미소를 하고 있더군요. 근데 촬영 현장에서는 초시계를 들고 시간을 재요.”

영화 속 손현주는 결벽증이 있는 인물이다. 가지런하지 못한 물건을 참지 못하고, 손도 브러시로 박박 문질러 닦는다. “대학(중앙대 연극영화과) 때 흰 바지와 흰 셔츠만 입는 선배가 있었어요. 일주일을 입어도 먼지 하나 없던 그 선배를 떠올리며 캐릭터를 연구했죠.”

그의 공식 프로필은 ‘1991년 KBS 공채 14기 탤런트’로 시작한다. 하지만 대학 때부터 극단 전원, 금파, 미추에서 연극배우 경력을 쌓았다. 드라마에서는 오랫동안 단역과 조연을 거쳤다. 지난해 SBS 드라마 ‘추적자’가 그를 배우로서 곧추세우기까지 말이다.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절제미와 폭발력이라는 물과 기름의 양립불가성을 파괴한 배우’라는 찬사를 들었다. 이 드라마의 힘으로 영화 주연까지 맡았다.

“손현주는 가만히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자꾸 치켜세우네요. 무대 인사를 가면 나이 지긋한 분들이 손을 꼭 잡아주세요. 무명 시절부터 지켜봐주신 이런 분들이 저의 힘입니다.” 그는 “드라마 ‘장밋빛 인생’ ‘애정의 조건’의 문영남 작가, ‘서울의 달’ ‘옥이 이모’의 김운경 작가가 무명 시절의 멘토였다”고 했다.

그는 웬만한 일에는 흔들릴 것 같지 않은 ‘평점심의 연기’를 한다. “가면 갈수록 거짓말 연기를 하면 (그게 남에게) 보인다고 생각해요. 드라마를 찍을 때 항상 스태프보다 한두 시간 먼저 나와 준비합니다. 그게 오늘날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등산을 좋아하는 그는 요즘도 지하철을 자주 탄다. 스마트폰에 빠진 승객들이 그를 몰라 볼 때가 많아 불편하지는 않다. 하지만 아주머니들이 가만두지 않는단다. “‘실례지만 손현주 씨?’ 이런 것 없어요. 그냥 와서 팔뚝을 만져요. 열이면 아홉은 그냥 편하게 다가와요. 제가 그냥 편한가 봐요.”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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