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 무슬림형제단 최고지도자 바디에 체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美, 아파치헬기 등 군사지원 중단
국립 박물관 피습… 유물 1050점 털려

최근 유혈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이집트에서 무슬림형제단의 최고지도자가 체포됐다.

미국은 무슬림형제단의 시위를 폭력으로 진압한 이집트 임시정부에 대한 군사 지원을 잠정 중단했지만 아랍 국가들은 경제 원조 의사를 밝혔다.

이집트 군부는 20일 무함마드 바디에 무슬림형제단 의장(70·사진)을 20일 카이로 북부 나스르시티 라바 광장 인근의 한 아파트에서 체포했다고 이집트 국영방송이 보도했다.

방송 화면에는 바디에 의장이 경찰 트럭으로 이송돼 구금되는 장면이 방영됐다. 그는 지난달 초 군부가 무슬림형제단 지도부 체포령을 내린 뒤 잠적했다. 이미 구속된 무슬림형제단의 실세로 알려진 카이라트 샤테르 부의장과 라샤드 바유미 씨에 대한 재판은 25일 열린다.

고대 유물에 대한 약탈도 계속되고 있다. 이집트 유물부는 남부 도시 미냐에 있는 말라위 국립박물관이 15일 오전 약탈꾼의 습격을 받아 3500년 전 만들어진 파라오 아크나톤의 딸 석상과 도자기 등 유물 1050점이 도난당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박물관 경비원 한 명이 사망했다.

말라위 국립박물관 측은 인근 경찰서를 공격하고 약탈을 자행한 주체는 무슬림형제단이라고 주장했다. 고고학자인 모니카 해나 씨는 “박물관이 대거 약탈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내부로 들어가 보니 치안 병력은 보이지 않고 10대 소년 몇 명이 미라를 불태우고 석상을 부수고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집트 임시정부에 대한 군사 지원을 잠정 중단했다고 CNN방송과 온라인매체 데일리비스트가 20일 보도했다. 미 의회 대외지원소위원회 위원장인 패트릭 레이히 상원의원(민주·버몬트)의 대변인 데이비드 칼 씨가 이 같은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2013회계연도(2012년 10월∼2013년 9월) 이집트 지원액 약 13억 달러(약 1조4567억 원) 중 아직 이집트 군부에 전달되지 않은 5억8500만 달러 지급, 이집트 정부가 이미 대금을 지급한 아파치 헬리콥터의 인도 등이 중단됐다.

현행법상 미국이 이집트의 정권 전복을 ‘쿠데타’로 규정하면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쿠데타 여부에 대한 판단과 상관없이 유혈사태에 따른 ‘일시적인 지원 중단’이라고 CNN이 보도했다. 이집트에서 유혈사태가 종식되거나 민주정부가 수립되는 등 상황이 바뀌면 원조를 재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도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집트에 대한 원조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다”며 “원조를 동결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19일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집트 군부는 ‘포용적 접근’ 기조로 되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에서는 이집트 원조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푸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5∼18일 미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1%가 군사 원조를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군사 원조를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은 26%에 그쳤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이집트에 대한 경제 원조를 중단하면 아랍 국가들이 직접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장관인 사우드 알파이살 왕자는 19일 성명에서 “공언컨대 아랍, 이슬람 국가들은 부유하다”며 “서방국의 이집트 원조가 중단되면 우리는 이집트를 돕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 “걸프지역 동맹국들의 이집트 원조가 미국의 이집트에 대한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혼란 사태가 10년 이상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은 20일 이집트의 상황을 “매우 비관적”이라고 진단하고, “중동의 현 상황은 세계에 미치는 충격파로 볼 때 세계 경제위기 때보다도 심각하다”고 밝혔다.

파리=전승훈·워싱턴=정미경 특파원 raphy@donga.com
#이집트#무슬림형제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