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공개조사, 국격 떨어뜨리는 일” 이종찬 前국정원장, 정치권에 쓴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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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칭찬 해놓고 특검하자니 말 되나… 회의록 공개 국정원장도 이해 안돼”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사진)은 국정원 국정조사와 관련해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을 공개적으로 국정조사까지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에 대한 개혁을 강조하고 충고하는 것은 좋지만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원장은 “재판 중인 사건은 국정조사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사법부가 유죄냐 무죄냐를 판단해야 하는데 입법부가 이를 따지는 것은 사법부의 판단을 침해하는 것이다. 또 야당은 검사, 여당은 변호사 역할을 하면서 평행선을 달리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전략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이 전 원장은 “사건의 본질은 국정원의 국내심리전(댓글)이 정당하게 이뤄졌는지, 또 이런 행위가 국정원법(정치적 중립 의무)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인데, 민주당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 이런 부분을 전혀 질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의원 등 친노(친노무현)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특별검사 도입론에 대해서도 “특검이란 검찰 수사가 미진했을 때 주장할 수 있는 것인데 검찰이 원 전 원장 등을 기소할 때는 ‘검찰 잘한다’고 칭찬했다가 지금 와서 ‘특검하자’고 한다면 국민이 동의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전 원장은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 새천년민주당 상임고문 등을 거쳐 김대중 정부 초대 국정원장을 지냈다.

이 전 원장은 남재준 국정원장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급이 들어있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한 데 대해서도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그는 “국정원장이 왜 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나. 왜 정쟁의 한가운데에 들어가는 것을 자청했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의 품격이 떨어지고 신뢰가 깨지면 외국과의 협조가 안 된다. 어떻게 한국의 정보기관을 믿고 정보를 제공하겠나”라며 국정원의 정보 보호를 강조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도 결산 심사 등을 놓고 신경전을 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을 감시해야 할 야당이 결산 심사(국회법에 따라 9월 정기국회 전까지 마쳐야 하는 지난해 예산안에 대한 결산 작업)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며 단독 결산 국회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전북도청에서 개최된 ‘예산 정책협의회’에서 “민주당은 한 발은 국회에, 한 발은 광장에 두고 총력 투쟁 중”이라며 원내외 병행 투쟁임을 강조한 뒤 “대통령이 ‘담판’으로 시국을 풀자는 야당 대표의 요구를 묵살하고 정국을 꼬이게 하고 있다”며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렸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이 국정원 청문회(19일)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의 초동수사를 담당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광주 경찰이냐”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조 의원과 새누리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전 원내대표는 “구태이자 망발”이라고 비난했고, 박용진 대변인은 “청산해야 할 구태정치를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조 의원 발언의 취지는 4월 민주당 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권 수사과장을 ‘광주의 딸’로 지칭한 것을 예로 든 것”이라고 반박했다.

황승택 기자 hstneo@donga.com
#국정원#이종찬 전 국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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