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씨 둘째아들 정선 - 며느리 신예원 한국서 ‘ECM 페스티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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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ECM의 이름 아래 음악 가족이 모였다.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그의 둘째아들 부부인 ECM 프로듀서 정선(31·위쪽 사진)과 재즈 보컬 신예원(32·아래쪽 사진). 정선의 제안으로 9월 초에 열리는 ‘ECM 페스티벌’에서 아버지는 지휘를 하고, 아내는 노래를 부른다. 한 살배기 딸을 번갈아 돌봐야 하기에 부부가 함께 자리하기 어렵다는 정선과 신예원을 20일 각각 만났다. 》

● “父-아내 앨범제작 참여 꿈 같아”

ECM 한국인 첫 프로듀서 정선

정선은 지난해 9월 ECM의 첫 한국인 프로듀서가 됐다. 그동안 키스 재릿이 1976년에 낸 오르간 앨범 ‘Hymns Spheres’의 마스터링을 새로 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ECM 프로듀서가 된 것은 내 생애 최고의 일”이라고 했다.

그는 뉴욕의 재즈 명문 뉴스쿨대에서 재즈기타를 전공했다. 뉴욕에서 활동하다 지금은 ECM 본사가 있는 독일 뮌헨에서 아내 신예원, 딸 루아와 함께 산다. 그의 프로듀싱으로 ECM에서 신예원의 첫 앨범이 최근 나왔고, 아버지 정명훈의 생애 첫 피아노 솔로 앨범도 11월 말에 발매된다. 그는 “아버지와 아내는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그런 면이 음악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좋은 아티스트”라고 했다.

정명훈은 7월 말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녹음을 마쳤다. 슈베르트 슈만 쇼팽 드뷔시 모차르트의 소품 위주로 꾸몄다. 정명훈은 수십 년 동안 여러 레이블에서 피아노 음반 제의를 받았으나 모두 거절했단다. 정선은 “아버지가 얼마나 열심히 피아노 연습을 하는지 늘 지켜봤기에 꼭 하고 싶은 작업이었다”며 “마에스트로(정명훈)와 ‘엄마와 아이를 위한 친숙한 곡’이라는 콘셉트만 함께 잡았고, 곡 선정은 아버지가 했다”고 말했다.

정선은 ‘ECM 뮤직 페스티벌’(9월 3∼7일 서울 예술의전당)의 첫 한국 개최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명훈과 그의 오랜 친구인 거장 안드라스 시프(피아노), 하인츠 홀리거(오보에)가 한 무대에 선다.

● “한국 동요 들려주는 창구될 것”

재즈 보컬 신예원, 동요 앨범 펴내

신예원은 한국인 최초로 ECM에서 제작한 리더작(자신의 이름을 내건 작품)을 23일 발매한다. ‘섬집아기’ ‘과수원길’ ‘오빠생각’ 같은 한국 동요를 재즈로 재해석해 담은 음반 ‘루아 야’다. 그는 “엄마가 된 힘이 아니었으면 만들지 못했을 신비한 앨범”이라고 했다.

2011년 11월 그는 남편 정선이 피아니스트 아론 파크스의 앨범을 녹음하던 미국 우스터의 메커닉스홀을 찾았다. 구경만 할 생각이었는데 “음향이 좋으니 시범 삼아 목소리도 녹음해보자”고 남편이 제안했다. “눈 감고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멜로디를 불렀는데 그게 ‘섬집아기’였어요. 그때 임신한 상태였다는 걸 안 건 한참 뒤였죠.”

얼마 뒤 같은 장소에서 파크스와 아코디언 연주자 롭 쿠르토와 함께 정식 녹음을 했다. 동요 몇 곡에 즉흥곡을 더한 13곡이 담겼다. 만프레드 아이허 ECM 대표는 녹음을 듣고 “맘에 든다. ECM에서 내자”고 했다.

신예원은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졸업 후 래퍼 김진표, 힙합 그룹 시비매스의 곡에 참여하며 가요 보컬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정선의 권유로 2006년 뉴욕으로 떠나 재즈 보컬을 공부했다. 2010년 낸 앨범 ‘예원’으로 라틴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도 올랐다. 그는 “난 음악에 대한 원대한 꿈을 꾸기에는 역량이 부족한, 그저 운이 너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한국의 아름다운 동요와 뛰어난 재즈 음악인들을 세계와 연결하는 창구가 된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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