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들 20년만의 외환위기 공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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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달러 썰물… 인도發 9월 위기설 확산
브라질-태국-印尼 등 20개국 통화 폭락
코스피 29P↓… 원-달러 환율 5.2원↑

미국의 출구전략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수년간 세계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 왔던 신흥국 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신흥권의 대표 주자인 인도 루피화(貨)의 환율이 20일 달러당 64.11루피로 마감하며 그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또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가치로 하락했고, 브라질 헤알화는 5월 초 대비 15% 폭락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도 올 들어 17%나 하락한 가운데 말레이시아 태국 터키 등 20여 개국의 통화 가치가 일제히 급락했다.

○ 신흥권 외환위기의 재연 우려

신흥국 금융위기 폭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0일 아시아 시장이 이틀째 크게 출렁거렸다.

20일 한국 시장에서는 미국의 출구전략 가시화와 인도발 금융위기 우려로 코스피가 전날보다 29.79(1.55%) 내린 1,887.85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오전에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개인들이 ‘팔자’로 돌아서면서 2.35% 급락하며 537.57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6월 25일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2원 오른 1120.8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종합지수는 이틀 연속 5% 안팎으로 폭락했다. 인도 센섹스지수도 18,133.97로 0.95% 내려 지난해 9월 13일 이후 최저점을 찍었다. 태국 SET지수는 1,363.70으로 2.49%, 말레이시아 KLCI지수는 1,745.96으로 1.82% 급락했다.

1997년 12월 한국 경제까지 함락시켰던 글로벌 외환위기의 진원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였다. 수년간 경기부양을 위해 달러를 풀어온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이 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자 1994년 2월 시장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신흥국 시장에 마구 베팅했던 투자자들은 앞다퉈 달러를 회수했다. 그로부터 약 20년 뒤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토대가 갖춰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화를 위해 달러를 풀었다는 ‘시작’은 달랐지만 자칫 신흥국 외환위기라는 ‘끝’은 같아질지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다. 미 Fed가 5년 가까이 이어온 양적완화를 축소하면서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그 시기를 다음 달로 보고 있다.

○ 첫 희생양은 인도?


전문가들은 해당국 통화를 투매(投賣)하는 첫 희생양으로 인도를 의심하고 있다. 달러를 빼내 가더라도 경제만 탄탄하면 외환보유액을 통해 이를 방어해 나갈 수 있지만 인도의 상황이 그렇지 않다는 것. 수년간 8% 가까운 성장률을 유지해왔던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5%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질적인 부패와 정치 불안 등 이른바 ‘인도병’도 아킬레스건이다. 영국의 대표 일간지인 가디언은 “인도가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최악의 단계에 와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지만 신흥국의 외환위기 우려가 지나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이들은 “신흥국의 부채비율이 높지 않고 외환보유액을 상당액 쌓아왔기 때문에 방어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신수정 기자 witness@donga.com
#신흥국#외환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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