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머리 시골소년 김영규 ‘프리메라리가’ 꿈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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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21일 07시 00분


김영규(알메리아)가 20일(한국시간) 꿈에 그리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1부)에서 첫 선을 보였다. 시골소년은 데뷔전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한발 더 뛴다는 각오다. 사진출처| 마르카 홈페이지
김영규(알메리아)가 20일(한국시간) 꿈에 그리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1부)에서 첫 선을 보였다. 시골소년은 데뷔전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한발 더 뛴다는 각오다. 사진출처| 마르카 홈페이지
1부 개막전 깜짝데뷔…한국인 4번째
알메리아 감독 신임 “다양한 공격 옵션”


까까머리 시골소년의 꿈이 이루어졌다.

김영규(18·알메리아)가 20일(한국시간) 열린 2013∼2014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1부) 비야레알과 개막전에서 후반 39분 교체 출전하며 데뷔전을 치렀다. 10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미드필더 지역을 오가며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한국인으로는 4번째 프리메라리가 무대를 밟은 선수가 됐다.

김영규는 고향인 경북 영주시 풍기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공을 찼다. 풍기초 김종환 감독이 재능을 눈여겨봤다. 스피드와 악착같은 근성이 남달랐다. 용인FC 산하 원삼중학교를 마치고 스페인 유학을 결정한 것도 김 감독의 추천이었다. 개인기가 탁월해 스페인 리그에 어울린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유학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넉넉지 않은 형편이 문제였다. 시골에서 농사와 장비 일을 병행하는 아버지가 매달 수백만 원이 들어가는 유학을 보낼 여력은 없었다. 삼촌이 도왔다. 2009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U-14 대회 우승 주역으로 활약하며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했다.

김영규는 이를 악물었다. 또래에 비해 일찍 철이 들며 성숙했지만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도 더해졌다. 땀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았다. 2009년 12월 스페인 팔렌시아의 아미스타드 유소년 클럽에 입단한 지 1년여 만에 2011년 1월 프리메라리가 클럽 알메리아 유스 팀에 입단했다. U-18 클럽에 몸담고 있지만 지난 시즌 14차례나 알메리아B(2군) 경기에 나서며 성인 팀과 훈련을 했다. 1년 먼저 유학을 떠나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한 절친 김우홍도 자극제가 됐다. 둘은 현재 같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운도 따랐다. 프란시스 로드리게스 감독이 2군 감독에서 1부 리그 감독으로 취임했다. 현지 언론은 김영규가 로드리게스 감독의 신임을 얻어 곧 기회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페인 스포츠지 마르카는 인터뷰 기사를 실으며 그의 도전을 주목했다. 김영규 측근은 “로드리게스 감독은 김영규가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을 두루 뛸 수 있어 다양한 공격 옵션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리메리리가에서 뛰고 싶다”는 김영규의 오랜 꿈은 이루어졌다. 이젠 다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첫 골 사냥을 위해 그는 축구화 끈을 더욱 조여 맸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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