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칼럼] 스타 가족들의 연예인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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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21일 07시 00분


할 말은 해야겠다.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지 않고, ‘팩트’(사실)를 중심에 놓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기사를 써야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스포츠동아 엔터테인먼트부 기자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연예계 안과 밖,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오픈칼럼’을 시작한다. ‘기자, 너만의 생각’이라고 질타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환영한다.

방송인 아내, 백화점서 무작정 할인 요구
가수 엄마는 “사인 줄테니 밥값 깎아달라”

얼마 전, 가족의 선물을 사기 위해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에 들렀다. 유명 브랜드 매장에 백화점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 있어 ‘연예인이 쇼핑 왔나보다’며 지나치려는 순간,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하지 않냐”는 볼멘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전후사정을 들어보니 유명 방송인의 아내가 금방 매장에 들러 한바탕 난리를 피우다 갔다는 것이었다. 남편과 함께 여러 차례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는 낯익은 이름이었다. 그는 세일 상품이 아닌 가방을 무작정 할인해 달라고 요구한 것도 모자라 이미 한 달 반 전에 구입해 누가 봐도 몇 번은 입었을 법한 옷을 교환해 달라며 떼를 썼다.

최근 연예인 가족이 등장하는 예능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스타의 가족까지 ‘연예인화’하고 있는 느낌이다. 방송에 출연한 이후 어딜 가나 사인 요청이 따르고, 유명세를 치르다보니 어느덧 주변을 의식하게 되는 ‘연예인병’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인기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 연예인의 매니저는 “연기자의 촬영 스케줄을 관리하기에도 벅찬데 최근에는 그 어머니의 미용실 수발까지 들어야 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식당에서 “OOO에 나왔던 가수 A의 엄마인데. 우리 아이 사인 하나 받아 식당에 걸어줄테니 음식값을 할인해 달라”는 황당한 사례부터 다짜고짜 ‘연예인 DC’를 요구하는 일까지 다반사다.

비단 연예인 가족뿐만이 아니다. 시청자가 주인공인 프로그램의 일부 출연자들의 ‘연예인병’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방송 관계자들은 말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찰나’의 관심에 취해 달콤함 뒤에 숨은 ‘독’을 보지 못하는 건 아닌지 씁쓸하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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