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끼적거린 낙서는 그대로 예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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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출신 세계적 두들 아티스트 존 버거먼 내한

존 버거먼이 서울 마포구 동교동 카페 ‘1984’ 유리창에 그린 ‘두들 스타일’ 낙서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홍익대에서 마주친 젊은이들을 담아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존 버거먼이 서울 마포구 동교동 카페 ‘1984’ 유리창에 그린 ‘두들 스타일’ 낙서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홍익대에서 마주친 젊은이들을 담아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그가 끼적거린 낙서는 예술이 됐다. 라이벌 관계인 아디다스와 나이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앞다퉈 그의 낙서를 제품에 담았다. MTV 이케아 푸마 소니 닌텐도 키드로봇 뉴에라…. 그와 컬래버레이션(협업)한 기업은 셀 수 없이 많다. 그의 작품들은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미술관 소장 목록에 올랐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 두들(doodle·낙서) 아티스트 존 버거먼(34) 이야기다. 현재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그의 작업을 담은 책이 독립출판사 ‘쎄 프로젝트’에서 500권 한정판으로 출간됐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를 16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1984’ 카페에서 만났다.

버거먼은 영국 노팅엄 트렌트대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그는 팝아트가 가진 화려한 색, 순수미술의 추상과 리얼리즘을 낙서의 장으로 옮겼다. 쎄 프로젝트 측은 그의 낙서를 “거침없는 젊음과 자유로움을 대변하는 유쾌한 메시지”라고 표현했다. 버거먼은 “어릴 때 텔레비전 채널이 고작 4개였는데, 크면서 100여 개로 늘어났다. 인터넷까지 생기면서 정보가 넘쳐나 생긴 머릿속의 혼란(chaos)을 낙서에 담았다”고 말했다.

같은 낙서라도 그라피티(graffiti)가 길거리 같은 공공장소에 그린 낙서라면, 두들은 종이에 그린 낙서를 뜻한다. 인터뷰 중에도 버거먼의 낙서는 멈추지 않았다. 낙서로 먹고산다니 팔자가 참 좋구나 생각했는데, 굉장한 노력파였다. 밥을 먹으면서도 손을 놀린다고 하니 그리는 작업은 숨 쉬는 일과 똑같았다.

버거먼은 “저명한 예술가의 회고전을 가보면 끊임없이 변화하려고 노력했던 게 느껴진다. 나도 처음엔 낙서만 했지만 이젠 퍼포먼스도 하고 조형물도 만들고 글을 쓴다. 낙서 스타일 자체도 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트렌드를 좇진 않는단다. “트렌드를 좇아가면 항상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작업에 투자해야 새로운 걸 만들 수 있어요. 끊임없이 공부하며 안주하려는 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친절한 팬 서비스. 예술가를 꿈꾸는 팬이 e메일을 보내오면 꼭 짬을 내 답장하고 고민 상담도 해준다. 팬이 사진 전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으로 자신의 작업을 보내면 피드백도 한다. “낙서는 놀이처럼 자유롭고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인생에서 잘 먹고 잘 자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도 굉장히 중요하죠.”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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