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두환 씨 일가, 돈도 체모도 함께 잃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1일 03시 00분


검찰이 그제 전두환 전 대통령 처남 이창석 씨를 조세 포탈 혐의로 구속했다. 전 씨 일가의 ‘비자금 관리인’ 노릇을 한 이 씨는 자신이 소유한 경기 오산시 땅의 일부를 공시지가의 10분의 1도 안 되는 헐값에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 씨 회사로 넘긴 것처럼 속여 법인세 등을 포탈한 혐의다. 지난달 16일 검찰이 전 씨 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뒤 이뤄진 관련자의 첫 구속이다. 이 씨를 구속한 데 이어 이제 검찰 수사의 칼끝은 전 전 대통령의 자녀들을 겨냥하고 있다.

이 씨는 누나와 매부에게 끝까지 ‘의리’를 지키며 조카들에게는 아낌없이 퍼 준 ‘키다리 아저씨’였다. 이 씨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첫째 조카(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의 출판사인 시공사를 내가 만들어 줬고 미술품을 사라고 돈을 줬다”고 말했다. 재용 씨의 회사가 어려울 땐 담보도 없이 160억 원이란 거금을 선뜻 내줬다. 전 전 대통령의 딸 효선 씨에게도 땅을 증여했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이 씨에게 흘러들어가지 않았다면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통 큰 사랑이다.

이 씨는 1988년 검찰의 5공 비리 수사 때도 회삿돈을 가로채고 탈세한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그 뒤 20여 년간 이어진 전 씨 일가의 재산 불리기 과정에 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검찰은 오산 땅과 재용 씨의 빌라 3채 등 전 씨 일가 부동산 5건을 압류했다. 시가로 따지면 전 전 대통령이 납부하지 않은 추징금 1672억 원의 20%에도 못 미친다.

검찰은 이 씨를 구속하며 “이 씨에 대한 사법 처리의 최종 목표는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라고 강조했다.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전 씨 일가의 재산을 들춰내는 과정에서 새로운 불법 행위가 발견되면 추징금 환수와 무관하게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전 씨 일가는 버티면 버틸수록 재산과 명예 등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의미다.

검찰은 1996년 전 전 대통령을 수사하면서 그가 기업들에서 받은 돈이 95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중 7000억 원가량은 통치자금으로 인정하고 2205억 원만 기소했다. 그럼에도 전 전 대통령은 이 돈도 내지 못하겠다고 버티며 오늘에 이른 것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체모(體貌)는커녕 오로지 재산만 지키겠다는 전 씨 일가의 몰염치에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올해 82세인 전 전 대통령이 부끄러운 과오를 속죄하려면 자녀들을 설득해 남은 재산이라도 국가에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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