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ining 3.0]좋은 품종+우수한 기술로 고급 감자칩 만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수미 품종의 감자는 씨알이 굵고 맛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수미감자는 연한 노란색 껍질이 있고, 모양은 보통 한쪽으로 찌그러진 편원형이다. 외관상 그물 모양의 줄무늬가 있는 것도 특징이다. 국내에서 수확되는 감자의 약 80%가 바로 이 수미감자다.

농심은 독자기술과 대규모 저장능력을 바탕으로 수미감자를 이용한 감자칩 제품을 1년 내내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농심은 이 제품의 이름을 감자 품종에서 그대로 따와 ‘수미칩’이라고 지었다.

수미감자를 감자칩으로 제품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난관을 넘어야 했다. 대표적인 것이 색깔이었다. 수미감자는 가공제품에 들어가는 일반 감자보다 단 맛을 내는 환원당이 10배가량 많이 들어가 있어 달콤한 맛을 낸다. 하지만 감자칩으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섣불리 상품화하는 곳이 없었다.

농심은 독자기술을 개발해 이런 현상을 없앴고, 상품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2005년 1월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아산공장을 세우고 진공 생감자칩 라인을 지었다.

공정은 대기압보다 낮은 압력에서 끓는점이 낮아지는 원리를 활용한 ‘진공 저온 후라잉 공법’으로 진행된다. 농심 측에 따르면 이렇게 만들어진 감자칩은 일반 제품보다 지방 함유량이 20∼30% 낮고 감자 고유의 맛과 신선함이 살아난다.

농심은 1년에 6개월(6∼11월)밖에 생산되지 않는 수미감자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체 저장기술을 도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약 100억 원을 투자해 감자 저장창고를 세우고 생산설비도 늘렸다. 농심은 이를 통해 수확시기에 감자를 구매한 뒤 1년 내내 보관,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농심이 연간 약 2만 t의 수미감자를 구매하면서 감자 농가와의 상생도 자연스레 진행되고 있다. 농심은 계획구매 시스템을 적용해 전국 450여 곳의 농가에서 감자를 계약재배 형태로 사들이고 있다. 계약재배 방식은 계약한 수량을 정해진 가격에 납품받기 때문에, 농민들은 가격 폭락 등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수입을 거둘 수 있다. 농심 관계자는 “수미칩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농가들은 안정적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AC닐슨에 따르면 수미칩의 1∼6월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52.8% 늘었다. 임학태 강원대 생명건강공학과 교수는 “좋은 품종인 수미감자를 사용한 데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급화된 감자칩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부합한 것이 수미칩의 성공 이유”라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