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10명중 1명 ‘주거 빈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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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옥탑방-비닐하우스 등 생활… 2010년 기준 모두 129만명 달해

여섯 살 김주희(가명) 양은 태어날 때부터 경기 남양주시 도농동의 한 공터에 있는 컨테이너에서 생활했다. 주희 같은 어린이에게 6.61m²(약 2평) 남짓한 컨테이너 생활은 쉽지 않았다. 겨울철에는 물도 잘 나오지 않아 거의 씻지 못했다. 용변도 컨테이너 옆에 설치된 불결한 이동식 간이 화장실에서 해결해야 했다. 아버지 김모 씨(53)는 일용직 일을 전전하며 생활하다 고질인 무릎 통증과 목 디스크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컨테이너로 들어오게 됐다. 현재 그는 한 달에 약 53만 원의 기초생활수급비로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김 씨는 “겨울이면 컨테이너가 어는 것같이 너무 춥다”며 “주희가 항상 감기를 달고 살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주희 양처럼 주거 빈곤 상태로 생활하는 아동(20세 미만)이 전체 아동 10명 중 1명에 이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아동복지 전문기관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2010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택법에 정해진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택, 지하 및 옥탑방, 비닐하우스 등에 거주하는 주거 빈곤 아이들이 총 129만 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시도별로는 서울(19.7%), 시군구별로는 서울 금천구(31.9%), 읍면동별로는 경기 시흥시 정왕본동(69.4%)이 전체 아동 중에서 주거 빈곤 아동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하 거주 아동(23만 명)은 성인을 포함한 전체 지하 거주 인구(114만 명)의 20%를 차지했다. 또 50만 한부모 가정 중 11만5000가구가 주거 빈곤 상태이고 7만 소년소녀가장 중 2만5000가구가 주거 빈곤층에 속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에서 지적장애 3급인 외아들을 데리고 사는 최모 씨(56)는 요즘 걱정이 태산 같다. 아들 종훈이(가명·15)의 성격이 난폭해졌기 때문이다. 툭하면 아버지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욕설도 늘었고 아프다는 핑계로 학교에서 조퇴하는 일도 잦아졌다. 아버지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일반학교를 성실히 다니던 아들이 요즘에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상까지 보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아무래도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쪽방 근처에 술 취한 사람들이 오가며 종훈이를 어릴 때부터 때리고 욕설을 퍼붓는 등 자주 괴롭혀 그 영향으로 성격이 난폭하게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씨는 바퀴벌레 같은 해충이 들끓고 키가 170cm인 아들이 제대로 누울 수도 없는 3.30m²(약 1평)짜리 쪽방촌을 떠날 방법이 없다. 자신은 위암으로 몸져누워 있고 아내가 일용직으로 근근이 돈을 벌기 때문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은 “아동기에 열악한 주거환경에 노출된 경우 성인이 돼서도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우울증 및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주거 빈곤#어린이#옥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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