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법무부 상법개정안에 비판 목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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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에 감사위원 선임권 주는건 적을 기업 심장에 품고 살라는 얘기”

“기업사냥꾼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적을 심장에 품고 살라는 얘기다.”(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경제법학회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하계학술대회에서 학계 전문가들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법무부의 상법 개정안을 이같이 비판했다. 개정안은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 선임 시 대주주 측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본보 1일자 1면 5개 그룹 계열사 경영권 타격

▶본보 1일자 3면 25일까지 의견수렴… 10월 국회에 법안 제출

주제발표자로 나선 최 교수는 “상법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는 대주주의 경영권 전횡을 견제한다는 취지와 달리 헤지펀드나 연기금의 대표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대주주 측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조항은 재산권 침해 등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상법 전문가로 법무부가 상법 제정·개정을 위해 만든 상법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최 교수는 과거 SK텔레콤, KT&G 등이 헤지펀드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비용으로 2조 원 이상을 쓴 사례를 들며 “헤지펀드들은 단기 수익에만 집착하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고 꼬집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이사 10명을 선임할 때 한 주를 가진 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10표를 몰아주는 것이 가능해진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 소액주주의 집중투표를 통해 선임된 이사가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한다는 보장은 없다”며 “소액주주들이 원하는 후보를 이사로 선임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올바르지 않다”고 말했다.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할 수 없는 소액주주나 기관투자가 등이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의 의무화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한국경제법학회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법무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김상규 한국경제법학회장(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개정을 강행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25일까지 상법 개정안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르면 10월 국회에 정부 최종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상법개정안#헤지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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