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커쇼와 비교? 구속 뒤지지만 변화구는 비슷”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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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승장구 류현진 현지 인터뷰

“이런 성적을 올릴 줄은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현재까지는 아주 만족하고 있다.”

LA 다저스 류현진(26)이 메이저리그 데뷔와 동시에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19일 현재 메이저리그 신인 최다인 12승(3패)과 함께 최근 6연승을 달리며 내셔널리그의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52)은 그를 팀 마운드의 기둥 투수로 인정하고 있다. 시즌 전 걱정을 기우로 만든 류현진은 후반기 체력 저하가 우려됐지만 최근 2경기 연속 7이닝을 책임지는 역투를 과시했다. 올 시즌 마지막 동부 방문경기를 앞둔 류현진을 만났다. 애초 전반기 종료 시점에 맞춰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바쁜 스케줄 때문에 예정보다 늦게 인터뷰가 성사됐다.

―메이저리그 생활이 7개월째다. 한국과 미국 더그아웃 클럽하우스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분위기부터 다르다. 경기 전 한국 선수들은 훈련을 열심히 하지만 이곳 선수들은 노래를 크게 틀어 놓는 등 흥에 겨워 있다. 더 큰 차이는 경기를 마친 뒤다. 한국은 이기든 지든 별로 다른 게 없다. 여기는 아니다. (음악을 들으며 즐거워하던 선수들이) 지면 말 한마디 없이 짐만 싼다.”

―23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2승(3패)에 평균자책이 2점대(2.91)다. 미국에 오기 전에 이런 성적을 예상했나.

“이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시즌을 마쳤을 때 13∼15승을 기대했고 평균자책은 최대한 낮춘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다. 지금 성적에 대만족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한국과 미국 타자들의 다른 점은 파워라고 했다. 미국 타자들의 파워를 어떻게 실감했나.

“실투를 했을 때 상하위 타선을 막론하고 대단한 파워를 느낀다. 물론 국내에서도 1번부터 9번 타자까지 홈런을 때리지만 그 비율이 여기와는 다르다. 하위 타선에서 홈런이 나오는 비율이 메이저리그가 훨씬 높다.”

―LA 다저스에 입단한 게 행운인 것 같다. 음식 걱정 없고, 한국인 팬도 많고, 언어 장벽도 크게 느끼지 않는다. 아울러 타석에 서면서 숨어있던 타격 재능까지 보여주고 있는데….

“로스앤젤레스(LA)에 온 게 행운 맞다. 한국 분이 많아 좋은 점이 많다. 만약 그렇지 않은 지역에 갔다면 솔직히 지금보다 적응하는 데 힘들었을 것이다. 운동선수는 먹는 게 중요한데 그것부터 걱정할 게 없다.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한국 분들이 계신 곳이 편안하다. 고등학교(인천 동산고)에 다닐 때도 타격이 나쁘지 않았는데 그 덕분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방문경기를 다니면서 시차 때문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 중부 방문경기는 2승을 거두며 잘 넘겼다. 지금도 시차 때문에 힘든가.

“LA에서 동부로 오면 첫날 피로를 많이 느낀다. LA에서는 경기가 밤 11∼12시에 끝나고 집에 가서 새벽 2∼3시에 자게 된다. 그러면 동부는 새벽 5시나 6시다. 2∼3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시차를 많이 느낀다. 아직은 어려움이 있다.”

―야구 전문가들은 류 선수가 5인 로테이션에 부담을 느낀다는 지적을 한다. 4일 휴식과 5일 휴식의 차이점이 있는가.

“하루 더 쉬는 게 확실히 몸이 가볍다. 국내에서 뛸 때보다 4일 휴식 후 등판이 많지만 큰 어려움은 느끼지 않는다.”

―사실 류현진 선수도, 팀도 승부는 이제부터다. 다저스는 플레이오프 진출 굳히기에 들어가야 한다. 앞으로 어떤 점이 중요한가.

“부상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 현재 팀 분위기가 매우 좋다. 모든 선수가 부상 없이 남은 시즌을 잘 넘기면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번 10승을 달성했을 때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이 클레이턴 커쇼와 잭 그링키에 가려 신인왕 후보로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두 선수와 본인을 비교한다면….

“(직구) 구속이 두 선수보다 못하다. 컨트롤이라든가 변화구의 수준은 비슷한 것 같다. 여기에 커쇼나 그링키는 오랫동안 이곳에서 야구를 했기에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속성을 잘 안다. 평균 구속이 나보다 빠른 게 가장 큰 차이다.”

―잇달아 호투를 하면서 다저스타디움이 연예·스포츠 스타들의 단골 방문 코스가 됐다. 스포츠 한류를 이끌고 있는 주역이라고 생각하는데….

“(웃으며) 그건 아니고…. LA는 날씨가 좋아 휴식을 위해 오면서 야구장까지 찾는 것 같다. 자주 와서 응원해 주면 나로서는 큰 힘이 된다. 앞으로도 많이 방문해서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박찬호는 대학 시절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류현진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전성기를 누리다 미국에 왔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프로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야구 선수라면 메이저리그는 도전할 만하다. 다만 너무 어릴 때 진출하는 것보다는 나처럼 국내 프로야구를 7, 8년간 충분히 경험한 뒤 오는 게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된다. 어린 나이에 오면 몸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의 개인적인 야구 스타일에 적응하기 어렵다. 야구는 팀 스포츠이지만 개인 스타일도 중요하다. 선수로서 몸을 만든 뒤에 미국에 진출하는 게 개인적으로 좋다고 본다.”

―그동안의 경기를 보면 철저히 준비를 했을 때 내용이 크게 달라지는 것 같다. 추신수 선수가 뛰고 있는 신시내티와 대결했을 때가 그런 예인데, 스스로 노력형이라고 평가하는가.

“주자가 2, 3루에 있을 때 점수를 내주지 않기 위해 좀 더 강한 공을 던지게 된다. 모든 선수가 다 마찬가지라고 본다. 중요한 경기라도 경기 전 준비 과정은 비슷하다. 스스로는 재능과 노력을 절반씩 갖췄다고 믿는다.”

―최근 베이스볼아메리카 분석에 따르면 체인지업이 메이저리그 랭킹 2위다. 알고 있는가. 그리고 체인지업이 통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알고 있다. 그렇게 평가해 줘 감사하다. 체인지업뿐 아니라 다른 구종도 그만한 수준으로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체인지업은 한국에서와 똑같이 던지고 있다. 비결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하다.

“팬들이 성원해 주시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symo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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