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 New]간편밥의 진화 어디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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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 푸드’ 전성시대

16일 서울 중구 쌍림동 CJ제일제당 본사 내 프레시마켓에서 냉동컵밥인 ‘프레시안 치킨볶음밥·새우볶음밥’을 개발한 김세원 과장(왼쪽)이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16일 서울 중구 쌍림동 CJ제일제당 본사 내 프레시마켓에서 냉동컵밥인 ‘프레시안 치킨볶음밥·새우볶음밥’을 개발한 김세원 과장(왼쪽)이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아, 이제야 맛이 나왔다!”

올해 4월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문 밖으로 한 자락 탄성이 흘러나왔다. 2년이나 걸린 냉동 컵밥 개발 프로젝트가 마침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컵밥은 전자레인지에 바로 데워 먹는 제품이다. 프라이팬에 살짝 볶는 과정에서 풍미가 더해지는 일반 냉동밥과 달리 원래의 맛을 최대한 살려야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CJ제일제당 ‘프레시안’ 브랜드에서 냉동제품을 담당하는 김세원 과장(36)은 “맛을 극대화해 주는 재료의 ‘황금비율’을 찾기 위해 수없이 시행착오를 거듭했다”고 말했다. 영업 기밀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는 맛의 비결은 특별한 소스 개발을 통해 찾을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컵밥뿐 아니라 컵국밥, 냉동밥, 즉석밥 등 ‘간편밥’의 진화가 눈부시게 이뤄지고 있다. 쌀 소비량은 줄고 있지만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가공 밥의 수요는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 등 사회적 요인과 맞물리면서 계속해서 늘고 있다. 아예 ‘간편밥’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업체들도 있다.

○ ‘모바일족’을 위한 컵밥

컵밥은 원래 노량진 고시촌에서 유래한 ‘스트리트 푸드’다. 맨밥에 각종 면과 볶음김치, 돈가스, 샐러드, 김가루 등을 섞어 컵에 담은 것이다. CJ제일제당도 노량진 컵밥에서 영감을 얻어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지난달 시장에 첫선을 보인 ‘프레시안 치킨볶음밥·새우볶음밥’은 회사 내에서 ‘제2의 햇반’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 50억 원 달성에 이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100억 원대 브랜드로 성장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김 과장은 “컵밥은 바쁜 현대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고 맛있게 밥을 즐길 수 있게 하는 ‘모바일 푸드’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컵라면처럼 뜨거운 물만 부으면 국밥이 완성되는 ‘컵국밥’도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대상 청정원은 올해 2월 ‘사골곰탕국밥’과 ‘콩나물해장국밥’ ‘나가사키식(食)짬뽕밥’ ‘상하이식(食)짬뽕밥’ 4종으로 구성된 ‘정통 컵국밥’을 선보였다. 당초 월 6만 개 판매를 목표로 삼았던 이 제품들은 목표치의 세 배 이상이 팔려 나가면서 지난달 말 누적 판매 100만 개를 돌파했다. 이에 힘입어 최근 대상 측은 올해 매출 목표를 당초의 50억 원에서 75억 원으로 조정했다.

대상은 컵국밥 인기의 배경에 20∼40대 남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른 출근과 늦은 귀가로 끼니를 제대로 챙기기 어려운 이들이, 언제 어디서든 따뜻한 국물과 밥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송식품도 최근 컵국밥 형태의 ‘즉석국엔 밥 3종’을 출시했다. 소고기 육개장, 소고기 된장국, 북어국이 메뉴다.

삼양사도 5월 말 컵밥 신제품인 ‘큐원 홈메이드 밥맛의 비법’ 3종을 출시해 매달 100%가량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밥맛의 비법’은 불고기 양념 소스를 기본으로 담백한 맛을 낸 ‘갈릭불고기볶음밥’, 굴 소스를 바탕으로 한 ‘새송이버섯볶음밥’, 고추장 소스를 기반으로 한 ‘사천식오징어새우볶음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조리된 흰밥을 단순히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선보였던 즉석밥 시장도 다양한 콘셉트로 진화하고 있다. 오뚜기는 올해 4월 ‘오뚜기 옛날 잡채밥’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노동집약형’ 요리인 잡채밥을 집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게 한 제품이다. 라면을 끓이듯 당면을 삶은 뒤 건더기 스프, 액상 스프 등을 넣어 비비면 잡채가 완성된다. 이 잡채는 함께 패키지로 판매되는 흰밥 위에 얹어 먹기만 하면 된다.

○ 대형마트도 뛰어든 ‘간편밥’ 시장

영업 규제와 소비 불황으로 매출이 저조한 대형마트들도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는 간편밥 시장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마트의 올 상반기(1∼6월) 간편밥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8% 늘었다. 이마트 측은 “간편밥이 인스턴트 상품군 내 부동의 1위였던 카레 매출마저 제치는 이례적인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마트에서도 올 상반기 간편밥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5% 늘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자체브랜드(PB)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이달 초 냉동 컵밥 PB 상품인 ‘피코크 시리즈’를 선보였다. 낙지덮밥, 제육덮밥, 소불고기 덮밥 등 총 6종으로 전자레인지에 5분간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즉석 냉동밥인 ‘통큰 새우볶음밥’을 선보였다. 이달 초까지 총 2만여 개가 판매된 이 제품은 같은 제품군 내에서 1위를 차지하던 기존 제품의 5배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간편밥#컵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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