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장타 ‘귀 달린 장어’의 힘

  • Array
  • 입력 2013년 8월 20일 07시 00분


한화 김태균. 스포츠동아DB
한화 김태균. 스포츠동아DB
■ “난 이것 까지 먹어봤다” 프로야구선수·감독들 유형별로 본 여름 보양식

2013 한국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종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장기간의 레이스에 선수들의 몸은 성한 곳이 없다. 특히 올해는 한반도를 뜨겁게 달군 폭염 때문에 체력소모도 컸다. 이뿐 아니다. 8월부터 9구단 체제로 인한 2연전에 돌입하면서 컨디션 관리가 승패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선수들도 지치기 쉬운 여름철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 몸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그래서 물었다. ‘몸에 좋은 보양식, 나 이런 것까지 먹어봤다!’


요즘 선수들은 삼계탕 등 접하기 쉬운 것 선호
양의지는 장어·최희섭 들깨 넣은 오리탕 즐겨


● 평범파

KIA 선동열 감독은 현역시절 안 먹어본 보양식이 없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선친의 지극정성 덕분에 지리산 토종꿀에서부터 인삼을 갈아 만든 환약, 잉어탕, 가물치탕, 장어탕, 뱀탕 등 몸에 좋다는 음식은 모두 선 감독의 차지였다.

요즘 선수들도 몸에 좋다면 적극적으로 챙겨먹는 편이다. 그러나 대부분 장어나 삼계탕, 오리탕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 대부분이었다. 두산 양의지는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장어를 꾸준히 먹었다”고 했고, 최희섭도 “들깨 넣은 오리탕이 건강식으로 유명해 즐겨 먹고 있다”고 귀띔했다. 두산 노경은, 김현수, LG 오지환 등 젊은 선수들은 홍삼이나 비타민을 챙겨 먹는 정도다. 삼성 배영수는 “여름철엔 물 대신 하루에 우유 1000ml씩 마신다”고 했다.


SK김강민“자라술 먹은 해 여름 힘든 줄 몰라”
정근우 아침마다 한뿌리 15만원짜리 산삼 복용

● 진귀파

물론 쉽게 접할 수 없는 보양식을 경험해본 선수들도 있다. SK 김강민은 “2010년 여름 지인에게 자연산 자라를 얻어 술을 내려 먹었는데 그거 먹고 여름에 힘든지 모르겠더라. 야구도 잘 돼서 올해도 생각이 났는데 자연산 자라는 쉽게 구하지 못해서 못 먹었다”고 말했다. LG 조계현 투수코치 역시 “자연산 장어와 용봉탕(자라)도 자주 먹었다”고 전했다. 한화 김태균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는 ‘귀 달린 장어’가 특별보양식이다. 그는 “강원도 산골에 아버지 친구 분이 계시는데 귀 달린 장어를 보내주신다. 귀한 건데 어쩌다 잡히면 아버지를 통해 보내주셔서 먹은 적이 있다”고 했다.

SK 정근우는 한 뿌리에 15만원 하는 산삼을 구해 아침마다 먹고 있다. 몸보다 심리적인 안정에 더 큰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KIA 최향남과 더불어 현역 최고령투수인 LG 류택현(42)은 “매일 장뇌삼 한 뿌리씩을 먹고, 약용식물인 ‘하수오’ 달인물을 먹으며 여름을 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 이대수는 “두산에서 한화로 팀을 옮겼을 때 허리 통증에 시달렸다. 그 소식을 접한 지인이 독뱀을 비싼 돈 주고 제조해 보내줬는데 거짓말처럼 아픈 게 싹 사라졌다”고 했고, SK 조인성도 “허리 아플 때 뱀술을 먹는다”며 뱀의 효능에 대해 어필했다.


NC 김경문감독 “어릴적엔 경기전 라면 특별식”
SK한동민 “여름나기 비결? 과식…배탈 부작용”


● 특이파

특이한 보양식을 먹는 이들도 있다. NC 김경문 감독은 “어릴 때 라면에 뜨는 기름이 몸에 좋은 거라고 생각해서 여름이나 대회 직전에 특별식으로 끓여먹었다. 언제적 얘기인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SK 한동민은 과식이 비결이다.

어떻게든 여름을 버티기 위해 꾸역꾸역 입 속으로 음식물을 집어넣는 게 여름을 나기 위한 그만의 방법이다. 그러나 부작용이 있다. 그는 “배가 자주 아프다”며 웃었다.

한화 김응룡 감독은 “우리 때는 보양식 같은 게 없었다. 밥 한 그릇 더 먹을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했다”며 “요즘처럼 고기를 많이 먹을 수 있었던 시대도 아니었다. 먹는 것에 소중함을 알아야한다”고 ‘밥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범호 비타민 정도…SK김광현도 보양식 NO
오승환 “맛집 찾아다니면서 잘 먹는 게 최고”


● 거부파

보양식을 거부하는 선수들도 있다. KIA 이범호는 “선수들이 통상적으로 먹는 비타민 같은 영양제 정도만 챙겨 먹는다”며 “안 먹던 사람이 먹으면 역효과가 난다”고 손사래를 쳤다. SK 김광현도 보양식보다는 운동을 택했다. 그는 “특별히 챙겨먹는 건 없다. 여름에 훈련을 많이 해서 오히려 체중이 늘어난다. 훈련양이 많다보니 밥을 많이 먹게 되고, 근육량도 늘어나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오승환은 “그냥 맛집 찾아다니면서 먹고 싶은 거 잘 먹는 게 좋은 것 같다. 휴식일에 친구들과 대구 인근 지역 산 밑 닭백숙 잘 하는 집 등을 찾아다닌다. 좋은 공기 마시면서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도 전환되고 힘이 나는 것 같다”며 웃었다. 퇴출된 KIA 앤서니처럼 보신탕을 먹는 외국인선수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의 외국인선수들은 보양식을 따로 먹지 않는다고 했다. KIA 구단 통역을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도미니카 출신 외국인 선수들은 1년 내내 더운 날에서 살았기 때문에 여름이라고 따로 뭘 챙겨먹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리|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