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기자의 여기는 모스크바] 번개 볼트 뜨고, 팍스 아메리카나 저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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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20일 07시 00분


우사인 볼트. 동아일보DB
우사인 볼트. 동아일보DB
■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결산

볼트 ‘단거리 3관왕’ 베를린 이어 두 번째
최초 200m 3연패도 “깨지기 힘든 대기록”

개최국 러시아, 금메달 수 미국 뛰어 넘어
美, 남녀단거리 ‘노 골드’ 최강국 명성 흠집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는 저물고, ‘군웅할거’ 열전의 시대가 도래했다.

18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는 제14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10∼18일) 폐막식이 열렸다. 이번 대회에서는 ‘육상 최강국’ 미국의 아성이 무너지면서, 러시아·미국·자메이카 등이 세계 육상을 분할 점령했다.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러시아는 금 7개, 은 4개, 동 6개로 참가국 가운데 가장 많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 개수 기준 종합 1위다. 러시아는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가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통산 3번째 정상에 선 것을 비롯해 남녀 경보, 남자 멀리뛰기, 여자 해머던지기, 여자 4×400m계주 등 도로, 트랙, 필드(투척·도약) 종목에서 고르게 금메달을 가져갔다.

한편 미국은 금 6개, 은 14개, 동 5개로 가장 많은 메달(25개)을 회득했다. 금메달 개수에서는 러시아에 밀렸지만, 순위별로 포인트를 차등지급해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는 2005헬싱키세계선수권부터 5개 대회 연속 종합 1위다. 자메이카(금 6개, 은 2개, 동 1개)는 단거리 최강국의 입지를 확고히 했고, 케냐(금 5개, 은 4개, 동 3개)는 중장거리에서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 볼트, 세계선수권 사상 최초 2번째 단거리 3관왕

‘번개주의보’는 베를린(2009년), 대구(2011년)에 이어 모스크바마저 집어삼켰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이번 대회에서 남자 100m·200m·4×100m계주에서 3관왕을 달성했다. 2009년 베를린 대회에 이어 2번째 단거리 3관왕이다. 이는 세계육상선수권 역사상 최초다. 이전까지는 모리스 그린(1999년 세비야 대회)과 타이슨 게이(2007년 오사카 대회)가 한 차례씩 3관왕에 올랐다. 볼트는 남자 200m에서 세계선수권 사상 최초로 3연패의 위업도 달성했다. 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대한육상경기연맹 스포츠과학이사)는 “남자 단거리가 선수 회전이 빠른 종목임을 감안할 때, 당분간 깨지기 힘든 대기록”이라고 평했다.

이로써 볼트는 세계선수권 통산 금 8개, 은 2개를 획득하며 ‘전설’ 칼 루이스(금 8개, 은 1개, 동 1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메이저대회 5회 연속 세계기록 수립에는 실패했다. 2008베이징올림픽 100m(9초69)·200m(19초30)·4×100m계주(37초10), 2009베를린세계선수권 100m(9초58)·200m(19초19)에서 세계기록을 작성한 볼트는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 4×100m계주(37초04)와 2012런던올림픽 4×100m계주(36초84)에서도 세계기록을 갈아 치웠다. 그러나 이번대회에서는 다리 통증 때문에 100m(9초77)·200m(19초66)·4×100m계주(37초36)에서 모두 명성에 비해 저조한 기록을 남겼다. 결국 모스크바세계선수권은 47개 종목에서 단 한 개의 세계기록도 작성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 미국, 세계선수권 사상 최초 남녀 100m·200m·4×100m계주 노메달

셸리 앤 프레이저 프라이스(자메이카)는 여자 100m·200m·4×100m계주에서 3관왕을 달성하며, 볼트와 함께 이번 대회 최다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볼트의 그늘에 가린 감은 있지만, 여자단거리 3관왕은 세계육상선수권 역사상 프레이저 프라이스가 최초다. 이로써 자메이카는 남녀 100m·200m·4×100m계주를 모두 석권하며, 미국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 볼트는 18일 4×100m계주 경기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자메이카가 단거리를 지배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국이 남녀 100m·200m·4×100m계주 금메달을 모두 놓친 것은 1983년 헬싱키에서 세계육상선수권 1회 대회가 열린 이후 무려 30년 만에 최초다. 2007·2009·2011년 3개 대회 연속으로 정상에 섰던 여자 4×400m계주에서 러시아에게 금메달을 내준 것도 충격적인 결과다. 단거리에서의 전반적인 부진은 미국이 최다 금메달을 러시아에게 내준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미국이 세계선수권에서 다른 나라보다 금메달 개수가 적었던 것은 제1회 헬싱키 대회에서 독일(12개)에 이어 8개의 금메달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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