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직업특강 강사진? 부모님과 함께 정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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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학부모 주도의 진로교육 실시하는 경기 부곡중앙고

지난달 19일 경기 군포시 부곡중앙고 체육관에서 ‘진로직업 집중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린 ‘가족사랑 힐링캠프’ 현장. 이 학교 재학생과 학부모 30쌍은 ‘심장 맞대고 포옹하기’(왼쪽) ‘종이 징검다리 건너기’(오른쪽) 등 활동을 함께 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보냈다.
지난달 19일 경기 군포시 부곡중앙고 체육관에서 ‘진로직업 집중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린 ‘가족사랑 힐링캠프’ 현장. 이 학교 재학생과 학부모 30쌍은 ‘심장 맞대고 포옹하기’(왼쪽) ‘종이 징검다리 건너기’(오른쪽) 등 활동을 함께 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보냈다.
진로교육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면서 전국 고교에선 학생들이 자신에게 꼭 맞는 직업이나 꿈, 대학 전공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각종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주로 동영상 시청이나 특정 직업인의 특강 형식으로 진행되는 진로교육을 학생들은 또 다른 ‘공부시간’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불편한 진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교육 참여도가 저조하고 이렇다 할 교육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칫 형식에만 그칠 수 있는 학교 진로교육의 효과를 높이는 지혜는 무엇일까.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직후인 지난달 17일부터 총 10일간 진로직업 집중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열띤 참여를 이끌어낸 자율형 공립고인 부곡중앙고(경기 군포시)를 찾아 그 답을 찾아봤다.

지난달 19일 오후 부곡중앙고 체육관. 이 학교 1학년 김완규 군(16)은 아버지 김병호 씨(47·경기 군포시)와 함께 ‘2인 3각 달리기’ 등 단체게임과 ‘심장 맞대고 포옹하기’ ‘서로 마음의 편지 쓰기’ ‘부모님 발 씻겨주기’ 등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프로그램 마무리는 교내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평소 부족했던 대화를 나누는 시간.

이날 이 학교 학생과 학부모 30쌍이 참가한 ‘가족사랑 힐링캠프’는 평일 오후임에도 13명의 아버지가 참가하는 열기를 보였다.

회사를 조퇴하고 이날 프로그램에 참가한 김 씨는 “아들의 진로·진학 설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평소 아들의 적성을 유심히 관찰하고 대입설명회장도 찾아다녔지만 정작 최근 2년간 아들과 제대로 대화를 나눈 시간은 없었다”면서 “이곳에 와서 아들과 살을 맞대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마음의 벽도 허물어졌다”고 말했다.

진로교육? 부모-자녀 소통부터 늘려야

부곡중앙고의 진로교육 프로그램의 핵심은 학부모의 참여를 극대화한 것. 고교생이 진로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학교 진로교육 프로그램에도 부모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 학교의 판단이다.

이 학교 김진택 진로상담부장교사는 “진로나 지망 학과를 정하려면 특히 아버지와 충분히 대화하며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학생 대부분은 아버지와의 대화가 단절돼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판단에서 자녀와 아버지가 몸을 맞대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시간을 이번 집중 진로교육 프로그램에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직업특강 강사진도 학생과 학부모가 직접 정한다

이 학교 진로교육 프로그램은 직업인 특강을 기획하는 일도 학생과 학부모가 주도적으로 맡도록 한 것이 포인트.

현직 직업인 특강은 대부분의 학교가 실시하는 기본적인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학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는 어려워진 게 현실. 더욱이 학교가 일방적으로 선정한 강사의 특강을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듣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이 학교는 재학생 243명 전원을 대상으로 ‘만나고 싶은 직업인’을 조사한 뒤 희망도 상위 26개 직업에 대해 학부모가 직접 직업인 초청을 진행했다. 학생들에게는 이렇게 섭외된 15명의 직업인 중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인 2명씩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졌다.

이 학교 김학일 교장은 “학생들이 간접체험 형태가 아닌 직접체험으로 진로교육에 참여해야 동기가 생기고, 그렇게 생긴 학습동기는 짧게는 다음 학기, 길게는 고교 기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처럼 학생과 학부모가 진로교육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면 자칫 최신 진로·직업 트렌드에 뒤처질 수 있는 교사도 미처 몰랐던 정보를 체크해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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