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고졸 출신도 최고 기술명장으로 클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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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기술대장정’

지난달 23일 경남 창원 현대위아를 방문한 ‘2013 기술대장정’ 참가 고교생들이 김기하 기술명장으로부터 금속재료 열처리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모습. 양보혜 기자 yangbo@donga.com
지난달 23일 경남 창원 현대위아를 방문한 ‘2013 기술대장정’ 참가 고교생들이 김기하 기술명장으로부터 금속재료 열처리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모습. 양보혜 기자 yangbo@donga.com
“상위권 학생들은 대학 진학이나 대기업 채용을 준비하지만 중소기업에 취업해야 하는 중하위권 학생들은 기업 취업 여부를 놓고 고민하다 전공 분야와는 관계없는 음식점이나 예식장 같은 곳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아요.”(인천지역 특성화고 3학년 조모 군)

“마이스터고는 산업현장에서 전문기술인으로 활약할 인재를 키워내는 곳이지만 상위권 학생 중에는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도 적지 않아요. 1학년 때부터 공무원으로 진로를 정한 학생도 늘고 있죠.”(경기지역 마이스터고 교사 A 씨)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졸업 후 각 분야에서 전문기술인으로 활약할 수 있도록 정부와 고교, 기업을 중심으로 각종 취업 장려책이 가동되고 있지만 여전히 학생에겐 풀리지 않는 고민이 많다.

고졸 학력만을 가지고도 산업현장에서 전문기술인으로 성장이 가능할지, 혹시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단순 생산업무만 반복하다가 학업이나 창업의 꿈을 완전히 포기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등 의문이 많다 보니 산업현장에 취업하기가 더 망설여지는 것.

지난달 22일부터 4박 5일간 전국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재학생 30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전국 산업현장 탐방 프로그램 ‘2013 기술대장정’에서는 이 같은 고민을 지닌 고교생들이 각 분야 숙련기술인과 졸업생 선배를 만나 현실적인 답과 조언을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최하고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가 주관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고교생들이 내놓은 공통적인 고민과 그에 대한 기술전문가 선배들의 답을 정리했다.

[고민1] 고졸 학력만으로 기업에서 능력을 펼칠 수 있을까?

취업을 앞둔 특성화고·마이스터고생들이 호소한 가장 큰 고민은 ‘기업에 취업하더라도 전문기술을 더 배우지 못하고 생산설비 가동과 같은 단순 업무만 맡지 않을까’ 하는 것.

더욱이 사람의 손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생산시설이 자동화된 산업현장에서 고졸 출신 기술 인력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남아 있을지도 의문이다.

철강 코크스 분야 기술명장인 황명환 포스코 화성부 부공장장은 “공업계 고교를 졸업하고 이곳에 입사한 뒤 조금이라도 더 생산과정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 새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다 보니 기술명장의 반열에 올랐다”면서 “현장 직원이 되면 자연히 시스템 관리와 제품 검사, 행정과 기획업무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할 수 있지만 주어진 일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한다면 진정한 기술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민2] 대기업과 중소기업, 어디로?

숙련기술인이 되려는 고교생들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놓고 고민하는 큰 이유는 자신의 전문기술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 특히 대졸 직원에게 밀려 주도적으로 기술을 연구개발할 여건을 만나지 못한다면 아무리 복지수준과 근무환경이 좋은 대기업이라도 선뜻 끌리지 않는다는 게 학생들의 속마음이다. 한편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뒤 대기업으로 이직이 가능한지도 학생들의 공통된 궁금증.

특성화고 출신으로 방위산업 전문기업인 현대위아에서 생산담당 직원으로 일하는 정재호 씨(30·부산기계공고 졸)는 “직무 현장에서는 학력보다는 적성과 능력에 맞춰 업무가 배정되기 때문에 특별히 학력이 장애 요인이 된 적은 없었다”라고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야간시간을 활용해 대학에서 공부를 더 할 수 있는 여건을 잘 활용하면 자신만의 전문성도 더 쌓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현장에서 고교생들을 만난 이른바 ‘강소기업’ 대표들은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로잡는 일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하드디스크 복원 기술의 최고 전문가인 이명재 명정보기술 대표는 “대한민국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중소기업을 단순히 대기업의 하청업체 정도로 보는 예전의 관점은 적절하지 않다”라면서 “국내 유수 중소기업들이 자체 기술과 상품을 외국에 수출하고 있는 만큼 2, 3년 후의 기술 트렌드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면 중소기업에 근무하면서도 국가산업에 큰 역할을 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2013 기술대장정’은?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 주최,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주관으로 지난달 22일부터 4박 5일간 열린 ‘2013 기술대장정’은 대한민국 산업현장의 ‘기술 명장’을 꿈꾸는 고교생을 위해 개최한 산업현장 진로탐색 프로그램.

올해로 2회째 열린 기술대장정에선 학교장 추천과 사연 공모를 통해 최종 선발된 전국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재학생 30명이 포스코(경북 포항), 현대위아(경남 창원), 두산중공업(경남 창원) 등 대기업과 서광기연(경남 김해), 동구기업(경남 창원), 명정보기술(충북 청원) 등 강소기업을 방문했다.

이들은 또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한 각 분야 최고 기술명장 ‘2013 국민스타’ 3인과 직접 소통하며 진로 설계에 대한 멘토링을 받는 한편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나노종합기술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국립중앙과학관 등 과학 분야 연구소·전시관을 탐방하며 첨단 과학기술의 현황을 탐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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