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시간을 경영하라…명사와 위인들의 ‘시간관리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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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개학 및 개강 시즌이 돌아오면서 시간관리 전쟁이 시작됐다. 많은 중고교생은 학교 시험, 수행평가과제, 대학수학능력시험, 논술 등을 포함한 공부에다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등 각종 비교과활동까지 하느라 “하루 4∼5시간을 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취업을 위해 학점관리와 공인어학성적 확보, 각종 자격증 취득, 인턴 활동까지 준비해야 하는 대학생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까. 사회 명사와 세계 위인들의 시간관리 노하우를 2개면에 걸쳐 소개한다. 》

■고승덕 변호사

서울대 재학 중 고시 3관왕(사법, 행정, 외무), 서울대 법대 수석 졸업, 예일·하버드·컬럼비아 로스쿨 학위 취득, 펀드매니저 자격증을 가진 금융전문가….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운 성취를 보여주는 고승덕 변호사는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고 2010년 설립한 청소년 대상 진로멘토링 단체인 (사)드림파머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최근엔 2011년 출간한 ‘고승덕의 ABCD 성공법’을 청소년의 눈에 맞춰 다시 쓴 책 ‘꿈으로 돌파하라’를 펴냈다.

고 변호사의 공부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중앙대 대학원 아동청소년학과 청소년 전공 박사과정을 하면서 각종 진로 및 상담 자격증 시험도 준비한다. 저술, 강연, 방송일정도 함께 소화해낸다.

똑같은 24시간을 살면서도 이처럼 많은 일을 모두 해내는 그의 시간관리 비결은 무엇일까.

중요한 일이 우선순위는 아니다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오늘은 화요일. 다음주 월요일부터 학교시험이 시작되고, 금주 토요일에는 자격증 시험이 있다. 이번 주 목요일에는 경제동아리 회의가 예정돼 있다.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할까.’

‘당장 코앞에 닥친 학교시험 및 자격증 시험공부를 위해 이번 주 동아리 회의는 참석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리기 쉽다. 하지만 고 변호사는 ‘동아리 회의에 참석한다’는 결정을 내린다. 시험공부는 잠자는 시간이나 휴식시간을 줄여서라도 할 수 있지만 동아리 회의는 이번 주 목요일에 참석하지 않으면 다시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순위를 일의 중요도가 아니라 시간배열로 판단하는 것.

고 변호사는 “요즘도 일정관리를 할 때 다른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는 활동을 우선적으로 배정한 다음 빈 시간이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일을 한다. 오늘도 점심식사를 마치고 들어와 오후 2시 반에 인터뷰를 하기 전까지 요즘 준비하는 논문의 자료를 찾고 이미 써놓은 내용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숨어있는 시간을 찾아내라

“하루에 4∼5시간만 자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학생이 많다. 하지만 정작 하루 일과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무의미하게 버려지는 시간이 많다. 의미 없이 버려지는 시간을 찾아내고 이렇게 낭비하는 시간만 줄여도 다른 사람보다 긴 하루를 살 수 있다.

고 변호사는 의미 없이 보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시간관리부’ 쓰기를 활용했다. 시간관리부는 시간가계부로 일종의 ‘자기관찰일지’다. 하루 동안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수첩이나 스마트폰의 메모기능 등을 활용해 사소한 일 하나까지도 기록하는 것. △06시 7분 기상 △06시 15분 세수 △06시 40분 교복입기 △06시 56분 아침식사 △07시20분 지하철역 도착 △08시 자율학습 △08시 25분 화장실 이용 △08시 30분 1교시 수업 시작 같은 식이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시간관리부를 써서 어느 정도 자료가 모이면 자신이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해 더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찾아낼 수 있다.

실제로 고 변호사는 고시공부를 할 때 시간관리부를 쓰며 하루 일정을 최적화했다. 자고 밥 먹는 시간 외에는 더 줄일 시간이 없어지자 밥 먹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비빔밥을 먹으며 책을 읽었다. 이렇게 하루에 2시간씩 1년에 700여 시간을 더 공부했다.

그는 “버려지는 시간이 모이면 아무리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도 이 차이를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다”면서 “시간관리부를 쓰면 의미 없이 보내는 시간을 찾아낼 수 있지만 바로 그 시간을 모두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시간을 아끼려고 노력하는 습관이 몸에 밸 때까지 지속적으로 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계획대로만 생활할 수 없다

하루를 꽉 짜인 시간표에 맞춰 생활하는 학생이 적잖다. 실제로 많은 학생이 새 학기가 되면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의 하루 일정을 순차적으로 계획한다. 하지만 실제로 분 단위로 촘촘히 짜인 계획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한창 공부를 하는데 친구가 찾아오거나, 체육시간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자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시간을 잘 활용하려면 시간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해야 하는 일들의 목록을 만들어서 상황에 따라 탄력 있게 조절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셈.

고 변호사는 “예상치 못한 일로 계획이 어긋났을 때를 대비한 ‘웨이팅 리스트’를 준비해 놓아야 한다. 미리 대체할 일들을 준비해놓은 사람과 아닌 사람은 차이가 크다”면서 “요즘도 친구가 점심 약속시간에 늦으면 스마트폰을 활용해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거나 글을 쓰는 식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고승덕 변호사의 ABCD 시간경영

A급: 주어진 일정을 소화하면서 더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다른 사람보다 더 긴 하루를 산다. 계획이 갑작스럽게 바뀔 때를 대비한 시간활용 계획이 있다.

B급: 주어진 일정 안에서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하면 정해진 시간 안에서 더 효율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시간관리를 잘하는 그룹으로 성적이나 비교과활동 성과도 좋다.

C급: 정해진 일정만 따라다닌다. 짜인 일정에 맞춰 학교, 학원, 각종 모임 등을 오간다. 규칙적인 생활 자체에 만족하며 ‘난 공부(또는 비교과 활동)를 하고 있다’는 분위기에 취해 있다.

D급: 주어진 일정을 ‘마지 못해’ 따른다. 수업이나 각종 활동을 덜하고 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계획을 실천할 수 없는 핑계(자기합리화)를 끊임없이 찾는다.
■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수능과 내신 대비 공부와 수시모집을 대비한 비교과활동을 빈틈없이 챙기려면 낭비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시간관리능력을 갖춰야 한다. 특히 여러 종류의 비교과활동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면 일의 우선순위를 간과하거나 진행 절차가 엉켜 활동 진행에 빈틈이 생기기 마련. 또 단체활동 형태로 이뤄지는 탐구, 봉사, 체험활동은 개별 구성원의 시간계획에 맞춰 진행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방송, 강의, 저서 집필, 경영 컨설팅 등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의 일정을 빈틈없이 수행하는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은 수험생이 각종 비교과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모든 활동을 미리 정해놓은 시간에 반드시 완료하는 ‘시간중심’의 일정관리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복합적 일정 관리…‘플랜2’는 필수


봉사활동, 연구활동 등 비교과활동은 최소 서너 시간에서 많게는 며칠의 시간을 필요로 할 때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일·주 단위로 미리 계획을 세워 진행하는 것이 기본. 계획을 세울 때는 기본계획에 돌발 변수가 생겼을 때 곧바로 원래 계획을 대체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정을 정해놓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토요일 오후 동아리 멤버와 함께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할 것을 계획표에 기입했다면 계획이 취소됐을 때 집에서 읽을 도서명이나 공부할 교재를 함께 표시해 두면 좋다.

윤 원장은 “일정계획이 복잡할수록 변수도 많이 생기는데, 갑자기 일정이 취소돼 여유시간이 생겼을 때는 지체 없이 가족과 영화관을 가는 것으로 대안을 마련해놓으니 따로 여가시간을 배정하지 않아도 주요 최신영화를 챙겨볼 정도로 시간을 알차게 활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회의·자료검색? 한정된 시간에 맞춰라

여럿이 참여하는 비교과활동에서 종종 필요한 사전 정보검색이나 단체회의는 시간을 허비하게 만드는 주요인인 경우가 많다. 회의를 할 때 필요한 것은 회의 안건을 선별하고 이에 집중하는 것.

대학이나 정부기관의 리더로서 회의를 주관할 일이 많은 윤 원장은 회의를 시작하기 전 논의에 필요한 안건 세 가지를 우선 추려내는 방법으로 회의 시간의 효율을 높였다.

자료를 검색할 때도 원하는 내용을 충분히 찾을 때까지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한정된 시간 동안 분주하게 자료를 찾는 습관이 필요하다.

매일 아침 출근 뒤 30∼40분의 시간을 정해놓고 10여개 주요 언론사의 신문을 모두 본다는 윤 원장은 “여러 신문을 동시에 펼쳐 놓고 비교하면서 읽으면 최소한의 시간에 넓은 안목으로 뉴스를 체크할 수 있어 시간 대비 효율이 높다”고 말했다.


쓰지 말고 이미지화하라

보통 비교과활동의 가장 마지막 단계는 결과물을 문서 형태로 정리하는 것이지만 이 과정은 대표적인 시간 낭비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활동 과정을 포트폴리오로 작성할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이미지’를 사용하는 능력.

현장체험활동을 했거나 독서를 한 뒤 키워드만을 뽑아내 종이 한 장에 그림이나 표, 그래픽 등으로 그려 넣으면 짧은 시간에 핵심 내용을 기록할 수 있다.

방송과 강의 일정을 차질 없이 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동시간 말고는 방송대본을 암기하거나 강의안을 구성할 시간이 달리 없었다는 윤 원장은 나무 형태의 그림 한 장에 강의 내용을 기록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윤 원장은 “강의의 핵심주제를 나무 기둥에, 세부 주제를 나뭇가지에 표시하고 흥미를 돋울 소재를 열매와 꽃으로 그리면 2시간 분량의 강의내용을 하나의 나무 그림으로 금방 그려낼 수 있다”라면서 “그래픽이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면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동시에 담을 수 있어 메모나 정리에 드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은기 원장의 3S 시간경영

S1. 일정관리(Scheduling)

계획표는 분기(4개월) 단위로 작성하라. 활동계획을 추가할 때는 특정 시기에 계획이 몰리지 않도록 분산시켜라. 모든 활동에 디데이(D-Day)와 마감시간을 표시하라.

S2. 속도내기(Speed)

한 가지 일이 끝나면 다음 일에 곧바로 돌입하는 능력을 길러라. 음료 마시기, 잡담하기 등으로 ‘예열’을 해야만 공부나 일을 시작하던 습관을 버리라.

S3. 차단하기(Screen)

타인의 갑작스러운 방문이나 전화, 제안에도 자신의 계획을 지켜라. 친구관계도 중요하지만 사안에 따라 과감히 거절해야 한다.

이태윤·이강훈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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