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육아경험은 없지만… 아이 눈높이 교육 OK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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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아이돌보미 서비스 현장

윤은지 양(왼쪽)이 대학생 아이돌보미 선생님인 주하은 씨(오른쪽)와 집에서 그림그리기 놀이를 하고 있다. 주 씨는 지난달 말부터 학원 등·하원과 놀이·학습활동을 함께하며 은지 양을 돌보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윤은지 양(왼쪽)이 대학생 아이돌보미 선생님인 주하은 씨(오른쪽)와 집에서 그림그리기 놀이를 하고 있다. 주 씨는 지난달 말부터 학원 등·하원과 놀이·학습활동을 함께하며 은지 양을 돌보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사는 은지(6)는 엄마가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는 오후 8시까지 어린이집에서 혼자 놀며 엄마를 기다릴 때가 많았다. 은지는 어린이집 대신 유치원에 다니고 싶다고 졸랐지만 ‘워킹맘’인 은지 엄마 최근화 씨(39)는 일찍 하교해야 하는 유치원에는 아이를 보낼 수가 없었다. 은지가 집에 오면 돌봐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은지는 지난달부터 자신이 원했던 유치원으로 옮길 수 있게 됐다. 유치원과 학원이 끝나는 5시 반부터 엄마가 집에 돌아오는 8시 반까지 주하은 선생님(21)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주 씨는 7월 말부터 은지를 보살피고 있는 ‘대학생 아이돌보미’다.

14일 오후 5시 반경 주 씨는 집에서 나와 은지가 다니는 미술학원으로 향했다. 마침 학원을 마친 은지의 손을 잡고 마을버스로 10분 거리에 있는 피아노 학원으로 데려다 줬다. 피아노 학원이 끝난 뒤 오후 7시경 집에 함께 도착해 은지를 씻기고 은지 엄마가 미리 차려놓은 찬을 꺼내 저녁을 먹였다. 오후 8시 10분경 은지가 분홍색 색연필로 자신과 꼭 닮은 분홍색 발레복을 입은 여자아이를 다 완성할 때쯤 최 씨가 집에 도착했다. 은지는 주 씨의 팔을 꼭 잡고 “선생님과 그림 그리는 시간이 제일 좋다”며 배시시 웃었다.

서울시는 올해 7∼8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학생 아이돌보미 50명을 선발해 맞벌이나 한부모 가정 등에 파견했다. 방학을 이용해 대학생들에게는 일자리와 교육 경험을 제공하고 동시에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가정에는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아이 엄마들은 처음에 ‘육아 경험이 없는 대학생들이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까’ 하고 걱정했지만 실제 서비스를 이용해 본 부모들은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최 씨는 “대학생이라 처음에 반신반의했었지만 은지가 잘 따르고 선생님이 야무지게 아이를 잘 보살펴 계속 돌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아이돌보미 50명은 대부분 유아교육학이나 아동복지학을 전공해 학교에서 기본적인 아동 교육 지식을 습득한 학생들이다. 서울시는 돌보미들에게 2주간 양성교육 80시간을 의무적으로 수강하게 하고 10시간씩 현장 실습도 받게 했다. 주 씨도 “안전을 위해 아이 집에서 불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거나 청결을 위해 외출 뒤 손발을 꼭 씻기는 등 교육받은 것을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자치구는 대학생 아이돌보미들이 정해진 규칙을 지키면서 활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문 조사도 벌이고 있다.

대학생 돌보미 육아 대상은 출생 후 3개월∼만 12세 미만 아동이지만 6∼9세 아이를 둔 엄마들이 많이 찾는다. 아이와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 대한 학습 지도도 가능하기 때문. 서비스 이용료는 시간당 5000원이다. 평일 오후 9∼11시와 주말은 시간당 6000원이다.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4인 기준)에 따라 저소득 가정은 시간당 최대 4000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신청 가정이 원하는 시간대와 대학생 돌보미의 활동 시간이 맞으면 계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9월부터 대학이 개강하면 대학생 돌보미들의 활동 시간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대학생 아이돌보미를 원하는 가정은 거주지 자치구의 건강가정지원센터(1577-2514)에 등록한 뒤 아이돌봄 홈페이지(idolbom.mogef.go.kr)를 통해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대학생이 아닌 일반 시간제·종일제 아이돌보미 서비스도 같은 방법으로 신청할 수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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