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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박현진]케이 푸드(K-Food)의 기초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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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박현진]케이 푸드(K-Food)의 기초다지기

동아일보입력 2013-08-19 03:00수정 2013-08-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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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뉴욕특파원
이달 초 미국 뉴욕 맨해튼 26번가의 한식 레스토랑을 찾았다. 국내외 한식당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적인 레스토랑 안내서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하나’ 등급을 받은, 요리사 후니 킴이 최근 새롭게 문을 연 곳이다. 된장과 김치의 독특한 향과 맛은 한식에 눈뜬 미국인에게도 아직은 도전의 영역에 가깝다. 이 레스토랑이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 온 된장으로 요리를 한다는 소식이 들려 그 맛을 확인하러 갔지만 아쉽게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오후 7시경 찾았는데 2시간 반가량을 기다려야 자리가 날 것이라고 했다. 예약은 아예 받지 않는다.

자리를 둘러봐도 한국계를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미 현지인의 손에는 와인 대신 막걸리가 담긴 글라스가 들려 있었다. 주문할 때도 ‘코리안 라이스 와인(Korean rice wine)’이라는 영문명 대신 ‘막걸리’를 달라고 했다. 식탁에는 퓨전요리인 떡볶이, 깻잎으로 만든 전, 두부찌개 등이 있었다. 이곳의 지배인은 “평일에도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손님 대부분은 미국 현지인”이라고 말했다.

2년 전 부임해 맨해튼 코리아타운의 한식당을 찾았을 때 손님의 대부분은 한국 사람이었다. 미국인은 어색한 모습으로 드문드문 앉아 있었다. 요즘 뉴욕의 유명 한식당에선 그 비율이 역전되고 있음을 심심찮게 목격한다. 맨해튼에서 젊은이의 문화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 중 하나인 이스트빌리지에까지 한국 음식이 빠르게 퍼져 가고 있다.


미국의 유명 요리사이자 요리 방송쇼 진행자인 토드 잉글리시를 만나 ‘케이푸드(K-Food)’의 가능성을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 그는 대뜸 “미국인에게 새로운 맛이지 않으냐”고 답했다. 요리사들은 본능적으로 끊임없이 미지의 맛을 찾아 나선다.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일본 요리 등은 이제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한 해 약 500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거리에서 영어보다 타 언어를 접하기 쉬운 뉴욕에서 그 실험은 더 치열하다. 잉글리시는 “이곳 요리사들에게 한식은 새로운 도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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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저변이 확대됐으니 이제 그 길을 얼마나 넓히느냐가 관건이다. 지난해 세계적인 요리학교인 뉴욕의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서는 한국 사찰음식 시연회가 열렸다. 처음 접하는 맛에 교수들과 학생들은 신기해했다. 그러나 행사를 도운 다른 요리학교의 한인 교수는 애정 어린 충고를 잊지 않았다. 그는 각종 한식에 사용되는 음식 재료들의 영문명이 제각각일 뿐 아니라 미 현지 요리사들이 한번에 알아채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사례를 언급했다. 일본 음식이 미국에서 보폭을 넓혀 갈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일본 음식 재료와 요리의 영문 표기를 통일하고 이를 설명하는 작업이다. 두꺼운 책으로 나올 정도로 수십 년간 일본 요리점과 요리사들은 기본을 닦아 왔다는 것이다.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예산 무단 전용과 부실 집행 의혹을 받은 한식세계화사업이 그래서 더욱 아쉽다. 취지야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만 겉치레 포장에 더 신경을 썼다는 게 이곳의 냉정한 평가다. 맨해튼에 ‘플래그십(대표) 한식당’을 세운다는 거창한 계획 아래 50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지만 민간투자자 공모에서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결국 좌초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과거 한인들과의 간담회에서 “김치를 즐긴다”는 말을 하면서 내심 뿌듯해한 한인이 많았다. 정작 그가 맛본 김치는 젓갈과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고 유산균으로 버무린 새로운 김치라는 이면에는 그리 주목하지 않았다. 세계인의 입맛과 식습관을 이해하는 일, 이벤트보다는 보이지 않는 세밀함을 다지는 일. 한식이 세계로 뻗어 가기 위한 기초 다지기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박현진 뉴욕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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