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라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9일 0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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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male)이나 여성(female)이 아니라면 공란(blank)에 표기하세요.'

독일 부모는 앞으로 자녀 출생신고서를 쓸 때 성별(性別) 표기란에 남성이나 여성 이외에 '제3의 성'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독일 슈피겔 인터넷판은 "5월 의회가 승인한 가족법 수정안에 따라 올해 11월부터 출생신고서 성별란을 비워둘 수 있게 됐다"며 "이는 독일이 유럽에서 처음으로 제3의 성을 인정한다는 뜻"이라고 18일 전했다.

이 법은 신체적으로 남녀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신생아의 인권을 보호하고 성 소수자의 정체성을 존중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제3의 성을 인정하라고 요구해온 독일 시민단체들은 태어날 때부터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를 모두 지닌 '인터섹슈얼'이나 태어난 이후 성을 바꾼 트랜스젠더를 위해 의미 있는 변화라며 이번 결정을 반겼다.

인권단체인 ILGA유럽의 정책국장 질반 아기우스는 "출생신고서 외에 여권 등 개인 서류의 성별란에 대한 규정도 새로 마련해야 한다"며 "독일을 시작으로 제3의 성을 인정하는 유럽 국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독일의 결혼 제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슈피겔은 "독일은 2001년부터 동성커플의 사실혼을 인정하고 있지만 결혼은 불법"이라며 "제3의 성이 인정되면 동성과 이성 간 개념이 모호해져 동성결혼의 합법화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1년 호주가 세계 최초로 제3의 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뒤 뉴질랜드와 네팔 등도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 핀란드와 스웨덴 등에서 제3의 성을 인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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