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마수걸이 골 강수일, 이제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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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19일 07시 00분


제주 강수일이 주말 K리그 클래식 대구전에서 시즌 첫 골을 넣으며 공격수로서 체면을 세웠다.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제주 강수일이 주말 K리그 클래식 대구전에서 시즌 첫 골을 넣으며 공격수로서 체면을 세웠다.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대구전 예상밖 선발 후반24분 리그 첫골
14G 무득점 공격수 수모 딛고 반전 기회
제주, 후반 34분 동점골 허용…1-1 비겨

요즘 수트라이커(수비수+스트라이커)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곧잘 골을 넣는 수비수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골 넣는 수비수’의 반대말은 ‘골 못 넣는 공격수’쯤 될까. 제주 유나이티드 스트라이커 강수일(26)이 바로 이런 달갑지 않은 별명을 가진 대표적인 선수다.

성실함은 강수일을 따라갈 자가 없다. 또 그는 늘 웃는 얼굴이라 ‘스마일 맨’이라 불린다. 윗사람에 대한 예의도 깍듯하다. 제주 박경훈 감독은 “지난번에 3분 남겨 넣고 교체로 강수일을 넣은 적이 있다. 경기 후에 ‘미안하다. 다음에는 좀 더 기회를 주겠다’고 하니 ‘아닙니다. 부족한 제가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고개를 숙이더라. 정말 인성이 좋은 선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한 마디 덧붙였다. “골만 넣어주면 참 좋은데….”

강수일은 18일 대구FC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23라운드 홈경기 전까지 14경기에서 무득점이었다. 최전방 공격수로는 낙제점이다. 특히 매 경기 몇 차례 골 찬스를 살리지 못해 더 큰 아쉬움을 자아냈다.

강수일은 대구와 홈경기에 전격 선발로 낙점 받았다. 예상 밖의 결정이었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제주 주전 공격수 서동현이 A대표팀에 뽑혀 8월 동아시안컵에 다녀온 뒤 슬럼프에 빠졌다. 박 감독은 서동현과 몇 차례 면담을 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더구나 이진호도 출격이 불가능해졌다. 제주와 대구는 올 여름 최원권과 이진호를 6개월 단기임대로 맞 트레이드했다. 임대의 경우 원 소속 팀 경기는 뛰지 않는 조항을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주와 대구도 그렇게 했다. 하지만 청구고등학교 동창으로 평소 친한 제주 박경훈, 대구 백종철 감독은 맞대결을 앞두고 “두 선수 모두 뛰게 하자”는데 합의를 봤다. 이진호의 선발이 유력했다. 하지만 경기 직전 대구 구단에서 계약서대로 이행하자며 난색을 표해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쓸 공격수가 없는 상황에서 박 감독은 강수일을 택했다.

경기 초반은 좋지 않았다. 강수일이 골 찬스를 계속 놓쳤다. 후반 2분 홍정호가 공격에 가담해 미드필드 지역에서 완벽한 스루패스를 넣어줬다. 강수일은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슛을 허공 위로 날렸다. 후반 16분, 후반 18분에도 강수일에게 기회가 왔다. 슛은 번번이 골문을 외면했다. 관중석에서 “강수일 빼라” “왜 계속 뛰게 하느냐”는 비난이 나왔다.

박경훈 감독은 꿈쩍도 안 했다. 강수일을 믿었다. 드디어 강수일이 스스로의 힘으로 불만을 잠재웠다. 후반 24분 문전 오른쪽에서 깔끔한 오른발 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마음고생을 훌훌 날린 강수일은 두 팔을 번쩍 들어 환호했다.

제주는 후반 34분 역습 상황에서 대구 황순민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승리를 가져가지 못했다. 90분 내내 경기를 주도한 제주 입장에서는 너무도 뼈아픈 결과였다. 그러나 강수일의 마수걸이 득점은 적지 않은 소득이었다.

서귀포|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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