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영이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말로 표현하지 못할 기쁨과 ‘그럼 누가 이마트를 나가야 하나’라는 걱정이 밀려와 당황했습니다.” 이마트 가양점에서 아들과 함께 근무하는 서기순 씨(44)가 큰아들인 정규영 씨(21)가 4월 1일 상품 진열 도급사원에서 정규직으로 채용됐을 때 들었던 솔직한 생각이다.
군 입대를 하기 전까지 남은 자투리 시간을 이마트 도급 사원으로 일해 보는 건 어떠냐고 권유했던 서 씨였기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아들의 정규직 전환 ‘선물’을 받자 가족 중 한 사람은 직장을 떠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오해로 맘껏 좋아하지 못했던 것.
하지만 오해는 오해일 뿐, 가양점에서 함께 일하게 된 서기순 씨 모자(母子)는 올여름 휴가를 가족과 함께 회사 소유의 콘도에서 한동안 졸였던 마음을 툴툴 털어버리며 즐겁게 보내기로 ‘유쾌한 합의’를 했다.
서 씨가 가양점 문화센터 안내데스크에서 미소로 고객들을 맞을 때 규영 씨는 지하 2층과 식품매장을 부지런히 오가며 물건을 나른다. 엄마는 문화센터 관리 사원이고 아들은 상품 진열 사원이다. 모자는 일터에서 가끔 만난다. 구내식당에서, 휴게실에서, 또 지나치다 우연히 볼 때도 있다. 만날 때마다 엄마는 아들에게 ‘어머니의 눈길’을 보내지만 아들은 우리네 아들들 특유의 ‘무심 눈길’로 받아 넘겨 엄마를 애타게 한다. 동료 직원인 백현영 씨(30)는 이들을 보면서 “우리 엄마도 조금만 젊었다면 같이 일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부러움을 나타냈다.
이마트는 4월 1일 650억 원의 비용을 들여 상품진열 도급 사원 91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이런 결정은 사회적 분위기를 떠나 2007년 비정규직 계싼원 5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후 향상된 생산성이 있었기에 ‘주저 없이’ 이뤄질 수 있었다.
“임직원의 보람과 고객의 행복이 경영의 최우선 목표”라는 이마트의 경영이념이 서기순 씨 모자의 선한 미소에 투영돼 있다. 이 미소가 이마트를 바라보는 외부의 우려 섞인 시선에 답하며 ‘행복’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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