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8, 9위… 1위도 2위도 당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노성호 데뷔 첫승 NC, 삼성 또 꺾어… 유창식 2연승 한화도 LG 1점차 눌러
4위 넥센도 패배… 3위 두산만 웃어

문자 그대로 벼랑 끝이었다. 삼성은 6월 11일 이후 67일간 1위 자리서 내려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LG가 끈질기게 쫓아오자 급해졌다. 순위로는 삼성이 1위, LG가 2위였지만 두 팀 간 승차가 없어 사실상 공동 1위나 마찬가지였던 상황이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16일 마산 경기서 NC에 1-2로 끌려가자 8회말 수비 때 ‘돌부처’ 오승환을 올리는 강수를 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류 감독은 세이브 상황이 아니면 오승환을 등판시키지 않아 “투수를 너무 아낀다”는 평까지 들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9회에 경기를 뒤집으려면 일단 1점 차로 상대를 묶어두는 게 중요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오승환은 이닝을 시작하자마자 선두타자 조영훈에게 2루타를 내줬다. 그 뒤 권희동의 번트 때 직접 3루에 공을 던져 조영훈을 잡으며 아웃카운트 하나를 늘렸지만 불씨는 아직 살아 있었다. 여기서 ‘결정적 한방’을 터뜨린 주인공은 지석훈. 그는 1루에 있던 대주자 권희동을 불러들이는 2루타를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NC 선발 노성호는 8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5연패 끝에 생애 첫 승을 거뒀다. NC가 삼성에 이틀 연속 승리를 거둔 건 이번이 처음이다.

9시 29분 마산 경기가 먼저 끝났다. 그 뒤 잠실 경기가 끝난 9시 49분까지 20분 동안은 LG와 삼성이 서로 다른 기도를 올린 시간이었다. 당연히 삼성은 1위를 지키기를, LG는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기를 기도했다.

결국 승리의 여신이 선택한 이날 1위는 삼성이었다. 꼴찌 한화가 LG가 1위로 가는 길에 제대로 된 고춧가루를 뿌렸기 때문이다. 한화는 이날 LG를 2-1로 꺾고 최근 3연패 및 맞대결 6연패 사슬을 끊었다. 한화는 2할대에 머물던 시즌 승률도 다시 0.300으로 끌어올렸다. 한화 선발 유창식은 이날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며 2연승을 기록하게 됐다.

사직에서는 롯데가 넥센을 9-5로 꺾고 6연패에서 탈출하며 4강 불씨를 살렸고, 광주에서는 두산이 KIA를 9-7로 이겼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야구#류중일감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