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산업 ‘플랜 P’로 활로찾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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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브랜드 파워에 밀리고 中추격에 쫓기고…

회사원 배모 씨(34)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집에서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까지 왕복 1시간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벌써 1년째다.

그는 건강에 좋은 데다 최근 들어 자전거도로도 잘 갖춰져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됐다. 처음 시작할 땐 대형마트에서 20만 원짜리 국산 자전거를 샀다. 하지만 최근 욕심이 생겼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자전거가 갖고 싶어졌다. 도난 걱정 없이 탈 수 있게 사무실에도 들고 가고 싶었다. 그래서 고른 게 약 200만 원짜리 접이식 자전거인 영국제 ‘브롬톤’.

최근 자전거도로 확충과 아웃도어 열풍을 타고 자전거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국내 자전거업계에서는 자전거 인구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저변이 확대되면서 고급 자전거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 국내 업체는 ‘샌드위치’ 신세

고급 자전거 시장은 선진국 회사가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 배 씨처럼 고급 자전거로 바꾸려는 수요자가 생각할 만한 선택은 대개 선진국 제품이다. 국내 업체들도 대당 가격이 100만∼200만 원에 이르는 고급형 산악자전거(MTB)를 만들기는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는다. 국내 업체들도 이 시장은 경험을 쌓는 차원으로 생각하고 중저가 시장에 주력해왔다.

반면 영국이나 독일, 일본 등 선진국 자전거업체는 저가 자전거 시장을 포기하는 대신 대당 가격이 웬만한 소형차 값에 이르는 프리미엄급 자전거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선진국 업체들의 품질과 브랜드 파워를 따라가지 못한 상태에서 주력인 중저가 자전거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받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 국내 업체의 새로운 도전

국내 자전거 업체들은 이중고를 극복하기 위해 고급화 전략을 쓰고 있다. 전기자전거 같은 신기술 자전거를 개발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을 만들던 한라그룹 계열사인 한라마이스터는 ‘만도풋루스’라는 전기자전거를 개발했다. 반으로 쉽게 접히는 한편 체인이 없어 정장을 입고 타도 기름때가 묻지 않는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 자전거는 세계적인 디자인상인 레드닷어워드도 수상했다.

시장 상황도 좋아지고 있다. 고급 자전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매출이 늘고 있는 것이다. 알톤스포츠 기획홍보부 유승민 차장은 “최근 소비자들이 기존에 팔리던 10만 원대 철제 자전거 대신 30만 원 전후의 가벼운 알루미늄 재질 자전거를 찾는다”며 “판매 대수 자체는 크게 늘지 않았는데 국내 자전거업계의 매출이 늘어나는 건 평균 판매가격 상승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연간 자전거 판매 대수는 최근 5년 동안 약 200만 대 수준으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2010년 783억 원이던 삼천리자전거의 매출은 지난해 1089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알톤스포츠도 같은 기간 매출이 342억 원에서 536억 원으로 뛰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자전거산업#플랜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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