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北권부 속살 가감없이 전달… 이게 통일 준비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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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두만강’ 펴낸 北조선중앙TV 기자출신 탈북자 장해성씨
이틀에 한 번꼴 TV출연 바쁜 나날

“사실 우리는 밥을 못 먹어서 탈북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민족을 위해 한 가지라도 일을 해야 통일이 됐을 때 할 말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북한 실상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통일준비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했어요.”

탈북자 장해성 씨(67·사진)는 요즘 너무 바쁘다. 장 씨는 16일 기자에게 “6월에 장편소설 ‘두만강’(나남)을 펴낸 뒤로 더 바빠졌다. 1996년 한국에 온 이래 지난 17년간 지금처럼 바쁜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TV에 출연해 호위총국(경호부대) 요원, 김일성종합대 학생, 북한 조선중앙TV 기자로 보았던 북한 권부의 속살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한식당을 운영할 만큼 생활이 안정됐고 인생도 황혼기에 접어든 그가 북한 알리기에 열정을 더욱 내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한국에서 좌파 사람들과 얘기해 보면 현실이 아닌 환상 속의 북한을 생각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북한 체제가 카를 마르크스가 지향했던 평등사회라고 생각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그게 아니라고 설명하면 ‘국정원에서 그러라는 지령을 받았느냐’라고 되묻더라고요. 허탈했습니다.”

그가 책을 쓰게 된 동기가 그 답답함이다. 북한을 추종하더라도 제대로 알고 추종하라고 하고 싶었다고 했다. 소설 ‘두만강’에 김일성이 6·25전쟁 때 자신을 도왔던 군부를 숙청하는 과정과 후계구도 구축, 분주소(파출소)와 교화소(교도소)를 활용한 공포정치가 잘 나타나 있는 이유다. 체제를 비판했다가 교화소로 끌려간 아버지와 남겨진 두 딸이 탈북 과정에서 겪는 고투(苦鬪)도 상세하게 묘사돼 있다. 김정일의 출생지가 백두산 밀영이 아닌 소련이라고 폭로했다가 반동으로 몰려 탈북하게 된 장 씨 본인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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