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홈런 40개…‘장타력 실종’ 롯데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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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17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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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진 감독. 스포츠동아DB
김시진 감독. 스포츠동아DB
“장타력이 살아나야할 텐데….”

롯데는 4강 진입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장타력 실종’으로 힘든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롯데는 16일 사직 넥센전에서 승리하며 최근 6연패 사슬을 힘겹게 끊었다. 4위 넥센과는 3게임차. 총 93경기를 소화해 페넌트레이스 종료까지 35경기가 남은 상황이다. 과연 롯데는 6년 연속 가을잔치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까.

사실 올 시즌 롯데는 현재까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시즌에 앞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7위쯤으로 예상할 정도로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직까지 4강을 꿈꾸고 있는 것은 분명 가진 전력 이상으로 싸우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예상만큼, 아니 예상보다 저조한 전력이 있다. 바로 장타력이다. 올 시즌 롯데는 16일까지 팀홈런수가 40개에 불과하다. 9개구단 중 8위다. 한화(33홈런)에 가까스로 앞서고 있을 뿐이다. 팀홈런 1위를 달리는 넥센(93홈런)보다 53개나 적다. 박병호(23홈런)와 강정호(15홈런) 2명이 친 홈런수와 거의 같다.

롯데는 최근 수년간 타격의 팀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일명 ‘홍대갈’로 불리던 홍성흔~이대호~가르시아 트리오가 있던 2010년엔 무려 185홈런으로 팀홈런 1위에 올랐다. 2위인 두산(149홈런)과의 격차도 컸다. 그해 두 자릿수 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만 해도 이대호(44홈런)를 비롯해 가르시아와 홍성흔(이상 26홈런), 강민호(23홈런), 전준우(19홈런), 손아섭(11홈런) 등 6명이나 됐다. 2011년에도 가르시아가 떠났지만 롯데는 111홈런을 기록하며 2년 연속 팀홈런 1위를 차지했다.

롯데의 홈런이 급감한 데는 주포인 이대호의 이탈이 크다. 이대호가 일본으로 진출하면서 2012년 팀홈런이 73개로 감소됐다. 그래도 4위로 중위권은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완전히 밑바닥이다. 홍성흔이 지난해 말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뒤 두산으로 이적하면서 이젠 ‘홍대갈’은 완전히 해체됐다. 거기다 2010~2012년 3년간 61홈런을 쳤던 강민호마저 올해는 7홈런으로 부진하다. 그런데 강민호가 올 시즌 팀 내 최다 홈런이라는 점에서 롯데의 홈런 실종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마치 전염병처럼 두 자릿수 홈런 정도는 쳐줘야할 선수들마저 모두 침묵하고 있다.

반면 롯데가 올 시즌 홈런을 허용한 것은 62개다. 현재까지 홈런으로만 23개의 적자를 보고 있다. 특히 최근 6연패 과정에서는 홈런 2개를 치면서 상대에게 9개나 허용했다.

장타력이 있는 팀과 없는 팀은 상대팀이 느끼는 위압감이 다르다. 특히 상대팀 투수들은 한방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 있게 던진다. 김시진 감독도 답답한 현실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 수긍했다. 투수 출신이기 때문에 더욱 잘 알고 있다. 김 감독은 16일 넥센전에 앞서 “상대 타자가 한방이 있는 타자면 투수 입장에서는 긴장이 된다. 홈런을 맞지 않기 위해 코너워크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오히려 가운데로 몰리는 공을 던질 때가 많다. 반면 홈런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타자와 상대할 때는 편하다. ‘맞아봤자 안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투수의 컨트롤도 잘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넥센하고 홈런 50개 정도 적은데 그 중 1점짜리가 절반 정도라고 해도, 득점력 면에서 보면 홈런으로만 약 75점~90점 차이가 난다는 얘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롯데는 이날 넥센전에서 모처럼 홈런의 효과를 보며 6연패를 끊어냈다. 6-3으로 앞선 7회말 대타 장성호의 3점홈런(시즌 4호)이 터지면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물론 홈런이 야구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깨 백 바퀴 구르는 것보다 호박 한 바퀴 구르는 것이 낫다’는 속담처럼, 홈런은 아군의 공격 효율을 배가할 뿐 아니라 적군을 압박하는 큰 무기임에 틀림없다.

사직|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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