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삼총사 일본성공 풀스토리

  • Array
  • 입력 2013년 8월 16일 17시 02분


코멘트
사진제공|엠뮤지컬아트
사진제공|엠뮤지컬아트
가슴에서 뜨거운 핏덩이 같은 것이 울컥 올라왔다. 일순간 현기증이라도 일으킨 듯 눈앞에 흐려졌다. 뒤를 돌아보았다. 2200석을 가득 메운 일본 관객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열광하고 있었다.

이것이 한류로구나. 우리나라 뮤지컬이 이 만큼 컸구나.

지난 10일, 일본 도쿄 시부야의 분카무라 오차드홀에서 우리나라 배우들이 한국어로 공연하는 뮤지컬 ‘삼총사’가 막을 올렸다. 24일까지 14일간 25회의 공연을 하는 강행군이다.

‘삼총사’는 지난해 ‘잭더리퍼’로 일본시장을 노크해 성공을 거둔 엠뮤지컬아트의 두 번째 야심작이다. ‘잭더리퍼’를 일본무대에 올린 후지TV 계열사 쿠아라스의 마츠노 히로후미 국장은 기자들 앞에서 “이미 예매 분량만으로 손익분익점을 넘겼다”며 만족해했다.

● ‘아이돌&전문배우’ … 캐스팅이 일본여심 잡았다!

‘삼총사’의 첫 공연은 예상대로 대성공이었다. 아이돌그룹 2PM의 멤버 Jun.K(달타냥)와 신성우(아토스)·김법래(포르토스)·민영기(아라미스)로 이어지는 초연멤버들의 호연, 고르고 고른 앙상블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 화려한 무대와 의상이 어우러진 이날 공연은 한국뮤지컬이 현 시점에서 내놓을 수 있는 메뉴를 깡그리 모아 상다리 부러져라 한 상 부려놓은 놓은 성찬이었다.

‘잭더리퍼’에 이은 ‘삼총사’의 성공을 ‘한류 뮤지컬의 완벽한 성공’ 내지는 심지어 ‘한국 뮤지컬, 일본 뮤지컬에 압승’ 따위로 볼 수는 없다. 그렇게 봐서도 안 된다. 하지만 ‘첫 단추’를 훌륭하게 끼운 것만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잭더리퍼’, ‘삼총사’가 순탄하게 일본시장 연착륙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마츠노 국장과 연출가 왕용범은 ‘캐스팅의 위력’을 첫 손에 꼽았다. ‘삼총사’의 주인공인 ‘달타냥’은 무려 다섯 명의 배우가 기용됐다. 이 중 원년멤버 엄기준을 제외하면 모두 일본 여성관객들이 ‘보고 또 보고 싶어하는’ 아이돌 스타들이다. 첫날 무대에 오른 Jun.K 외에도 규현·이창민(2AM), 송승현(FT아일랜드)이 ‘아이돌 달타냥’이다. 이들이 ‘삼총사’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티켓은 복날 삼계탕처럼 팔려나갔다. 쿠아라스 측은 미리 예약을 전화로 받은 뒤 추첨을 통해 티켓을 배분하는 ‘선예매추첨방식’으로 티켓을 팔아야 했을 정도였다.

아이돌과 실력파 전문배우들을 적절히 배합한 캐스팅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아이돌 보러 왔다가 한국 뮤지컬배우의 팬이 됐다”는 일본관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신성우는 가수,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매년 일본에서 자신의 조각 작품으로 개인전을 열 정도로 일본 고정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포르토스’ 역의 김법래는 일본 관객들이 보내온 선물을 담기 위해 두 개의 트렁크를 따로 구입해야할 정도로 사랑받았다.

왕용범 연출은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현지 관객들이 좋아할 캐스팅을 갖추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며 “캐스팅도 작품의 일부”라고 말했다.

● ‘원전의 재구성’ … 한국형 버전이 더 재밌다!

두 번째 원동력은 역시 작품의 질이다. ‘삼총사’는 원래 체코 작품이지만 음악만 남겨두고 완전히 새롭게 뜯어 만든 ‘사실상 창작 뮤지컬’이다. ‘잭더리퍼’도 마찬가지. 두 작품의 대본작가는 왕용범이다.

원래 비극인 체코 버전 ‘삼총사’는 코믹하고 화려하고 액션이 강조된 한국 스타일로 거듭났다. ‘삼총사’의 진화에는 배우들의 기여도를 간과할 수 없다. ‘삼총사’에는 지금까지 거쳐 간 배우들, 특히 2009년 초연 막이 오르기 전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 배우들의 피와 땀,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쿠아라스는 체코 작품을 보지도 않고 한국버전을 선택했다.

일본 공연 후 신성우는 “5년 동안 작품을 지킨 보람을 느낀다. 오늘의 성공은 그 동안 작품에 참여했던 모든 배우, 스태프, 관객 덕분”이라며 감격해 했다.

막이 내려온 뒤에도 일본관객들은 20여 분이나 객석을 뜨지 않고 무대를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기자가 탄 버스가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 공연장 외부에서 배우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관객의 장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가슴이 또 한 번 벅차올랐다. 이런 장면, 오래오래 보고 싶다.

도쿄(일본)|양형모 기자 ranbi361@donga.com 트위터 @ranbi36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