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북제안]이산가족 상봉과 DMZ 공원, 북은 화답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6일 03시 00분


《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제68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국내, 북한, 일본 등에 대한 국정(國政)기조를 밝혔다. 6개월간의 실전 경험과 현실을 반영한 신임 대통령의 첫 광복절 경축사는 늘 주목을 받아왔다. 박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타당하며 구상은 실현 가능한가. 》

박근혜 대통령은 “진정한 의미의 광복과 건국은 한반도에 평화를 이루고, 남북한이 하나 되는 통일을 이룰 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고 밀했다. 그러면서 북에 대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남북한의 공동발전을 이뤄 나가자”고 제안했다. 개성공단 재개 합의로 생긴 신뢰를 키워 나가자는 뜻으로 읽힌다.

박 대통령은 그 출발점으로 남북한 이산가족의 고통을 덜어주자고 했다.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를 전후해 남북 이산가족들이 재상봉의 감격을 누릴 수 있다면 훌륭한 선물이 될 것이다. 남북한 분단이 68년째 계속되면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0명 중 4명 정도가 그리운 혈육을 만나지 못한 채 사망하고 있다. 그나마 생존자 7만2882명 중 80%가 70세 이상, 9.3%는 90세 이상 고령자로 매년 4000명 정도가 세상을 뜨고 있다. 정치적 이유로 상봉을 늦출 시간이 없다.

한 번에 100명씩 1년에 한두 차례 연례행사처럼 상봉을 해서는 1000만 이산가족의 한(恨)을 풀어줄 수 없다. 금강산에 있는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상시적 만남이 이뤄져야 하고 서신 왕래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면 2008년 박왕자 씨 피살 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박 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제안도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 5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처음 제안한 이 구상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DMZ 평화공원 조성을 “우리의 의식 속에 남아있는 전쟁의 기억과 도발의 위협을 제거하고 한반도를 신뢰와 화합, 협력의 공간으로 만드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평화공원의 조성은 북한이 그토록 원하는 외국자본의 투자를 촉발시킬 호재(好材)가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구상의 지향점은 동족상잔의 비극을 거쳐 이제는 사실상 다른 나라로 살아가는 남과 북이 불신과 대결을 넘어 통일 조국을 이루는 것이다. 공은 다시 북한으로 넘어갔다. 북이 핵무기 개발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시도를 접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화답할 차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