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이착륙 위협하는 GPS 재밍 즉각 잡아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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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우주硏 ‘교란 원점 추적 대응 시스템’ 국내 첫 개발

지난달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과정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의 명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조종사 과실인지 아니면 항공기 이착륙을 돕는 ‘지상기반착륙유도설비(GBAS)’가 오작동했는지가 조사의 핵심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제공항에 설치돼 있는 GBAS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를 지상에서 증폭시켜 비행기의 정확한 위치와 고도를 조종사에게 알려주는 장비다. 문제는 전파 교란, 일명 ‘재밍’이 발생하면 무용지물이 돼 여객기 이착륙 과정에서 사고 위험이 커진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항법팀은 공항 인근에서 발생하는 GPS 재밍 위치를 즉시 파악할 수 있는 ‘전파 위협원 위치추적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항공기 이착륙을 위협하는 재밍 전파 발생 위치를 즉각적으로 파악해 대응할 수 있다. 군사적으로도 활용이 가능해 적군이 GPS 재밍을 시도하면 즉시 원점을 파악해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 비행기 이착륙 안전을 확보하라

GPS 재밍은 흔히 군사 공격에만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민간에서도 의도치 않게 전파교란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2007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시에서는 휴대전화와 호출기가 모두 먹통이 되고, 공항과 항구의 선박 유도 시스템이 두 시간 가까이 중지됐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항구에 정박 중인 2척의 해군 함정이 통신 두절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하면서 반경 15km내 GPS 신호를 모두 막아 버렸던 것이다. 또 2010년 미국 뉴저지 주 뉴어크 공항에서는 GBAS를 이용한 착륙 유도 장비가 며칠에 한두 번씩 오작동을 일으켜, 원인을 찾았더니 인근 고속도로를 왕래하는 트럭 운전사들이 회사가 트럭의 이동 경로를 감시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사용한 GPS 교란 장비 때문으로 밝혀졌다.

항우연이 이번에 개발한 장비는 4대의 정밀한 GPS 안테나를 설치하고, 공항 주변에서 발생하는 GPS 방해 전파의 위치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특수 안테나에 도달하는 GPS 신호의 도달 시간과 전파의 각도를 파악해 방향을 알아내는 것인데, 4대의 안테나가 수신한 정보를 컴퓨터로 분석하면 재밍 위치를 오차 없이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현재 이 같은 GPS 재밍 원점 추적 장치는 미국에서만 유일하게 개발된 상태였다.

○ 오차 범위 50m 이내로 美 제품보다 우수

연구진은 시스템을 개발한 뒤 실제로 GPS 방해 전파를 일으켜 그 위치를 찾아내는 실증실험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해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 전자시험장에서 수차례 실험한 결과, 10km 떨어진 거리에서도 오차범위 50m 이내로 탐지해 냈다. 추적 거리가 20km로 늘어나면 오차범위가 100m 정도로 넓어지기는 하지만 미국에서 개발한 시스템은 10km 거리에서도 오차범위가 200m에 달한다. 국내에서 개발한 장비가 미국 제품보다 4배 이상 정확하게 원점을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현재 정지된 상태에서 나오는 교란 전파 원점만 추적할 수 있는 한계를 보완해, 움직이는 물체에서 나오는 교란 전파도 추적할 수 있도록 이 장치를 개량하는 데 연구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성능 개량이 이뤄지면 움직이는 차량이나 선박에서 나오는 재밍 전파 추적은 물론 적군에 의한 전파 테러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문범 항우연 위성항법팀장은 “각종 전자 장비가 발달하면서 GPS 신호를 방해하는 경우도 많아지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 장비 개발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며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성능이 미국산보다 우수해 수출 가능성도 큰 만큼 관련 기술을 국내 기업에 이전해 조기에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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