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입시, 어느 장단 맞추라고… ”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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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목적 어긴 국제중-특목고 ‘지정 취소’ 방침에 학부모들 반발

‘세제 개편으로 중산층 주머니를 털더니 이번엔 중산층이 갈 만한 학교를 없애버렸다, 다시 강남 8학군 시절로 돌아간다, 강북에 있으면 망한다, 내신 반영은 복잡하게 해놓고 고교 입시는 추첨이라니 공부할 이유를 모르겠다….’

교육부가 13일 일반고 육성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14일 특수학교 지정 취소 계획을 내놓자 초중학생과 학부모가 자주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내용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특히 비리가 있거나 설립 목적을 어긴 국제중과 특수목적고는 즉각 지정을 취소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히자, 이를 사실상 특수학교에 대한 무력화 조치로 받아들인 학부모 사이에 반발이 커지고 있다. 당장 내년도 국제중 입시를 준비하던 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와 2015학년도 자사고 입시를 준비하던 중학 2학년생 학부모들은 정부의 교육정책을 믿을 수 없다며 등을 돌렸다.

○ 중산층 죽이는 고교 정책

교육부의 방침이 알려지면서 가장 동요하는 곳은 서울 강북지역과 지방 평준화지역의 중학생 학부모다.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 진학 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면서다.

자사고가 학생을 선발할 때 중학교 내신을 어느 정도 반영하므로 학부모들은 자사고를 ‘성적이 중상위권만 되면 갈 수 있는 면학 분위기 좋은 곳’으로 여겼다. 적지 않은 중산층 학부모는 부담이 큰 특목고 입시용 사교육에 매달리는 대신 자사고를 대안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추첨제로 바뀌면 자사고의 이런 장점이 사라진다. 굳이 일반고의 3배나 되는 등록금을 내면서 다닐 이유가 사라진다.

서울 마포구에서 중학생 두 아들을 키우는 A 씨는 “일반 남고에서는 쉬는 시간마다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는데 자사고는 흡연이나 폭력 문제가 덜해 아들 둔 엄마들이 보내고 싶어 했다”며 “일반고를 제대로 관리하지도 못하면서 다짜고짜 자사고를 없애버리다시피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강북이나 지방에서 몇몇 자사고가 안착하면서 기존의 강남 쏠림 현상이 가라앉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반응도 많았다. 서울 성동구의 주부 B 씨는 “작년에 아들을 강남구 자사고에 보내고 만족해서 올해 중학 2학년인 딸도 자사고에 보내려고 설명회를 많이 다녔다”며 “당장 동네 학부모들이 성수대교 넘어 강남 8학군 쪽으로 (이사)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술렁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 발등에 불 떨어진 자사고

정부가 내놓는 중고교 입시정책을 믿을 수 없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대학입시는 그나마 3년 예고제라도 있지만 중고교는 입시제도는 물론이고 학교 유형까지 준비할 여유도 없이 지나치게 흔든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믿고 자사고로 전환했던 사립학교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며 대책을 논의하는 중이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교를 만들어보겠다며 법인 전입금을 늘려 3, 4년씩 노력했지만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될 지경이라는 허탈감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해 입시 경쟁률이 서울에서 5위권에 들었던 C고 교감은 “대놓고 자사고를 없애겠다고 하면 반발이 심할 것 같으니까 일반고를 핑계로 추첨제를 도입하려는 게 비열하다”며 “좋은 교사, 최신 시설을 갖추기 위해 사립학교 재단이 들인 돈이 얼마인데…”라며 언성을 높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교육인적자원부 고위공무원을 지낸 D 씨는 “외국어고를 잡겠다고 정부가 내놓았던 대책이 6년 만에 되살아난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교육부가 영훈국제중 사태를 계기로 입시나 회계 비리, 편법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한 특수학교를 즉각 지정 취소하겠다는 정책에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문제는 학교 운영자가 일으키지만 피해는 학생에게 돌아간다는 이유에서다. 비리를 저지른 학교에는 관선이사를 파견해 운영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부 자사고는 교육부가 일반고 육성방안을 10월에 최종 확정하기 전에 의견을 조직적으로 전달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중고교입시#국제중#특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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