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일관된 대북원칙 결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첫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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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남북관계 새판짜기 본격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제7차 남북 당국 실무회담이 14일 타결되면서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청와대는 “일관된 대북 원칙을 견지한 ‘박근혜식 남북관계 새판 짜기’가 본격화됐다”고 자평했다.

○ “일관된 대북 원칙이 북한에 먹혔다”

합의문이 도출된 직후인 오후 7시 반경 박근혜 대통령은 환영의 뜻을 담은 공식 반응을 곧바로 내놨다. 청와대 관계자는 “합의문에 파격적 내용이 담겼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눈치를 봐서는 남북 간 신뢰를 쌓을 수 없고 작은 신뢰부터 쌓아야 큰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이런 이유에서 청와대는 개성공단 문제에서 신뢰를 만들지 못하면 남북관계 정상화도 어렵다고 봤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북한에 최후통첩을 할 때 청와대 내부는 ‘북한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공단을 폐쇄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개성공단 정상화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얼렁뚱땅 문제를 봉합해 정상화한 뒤 북한의 일방적 가동 중단이 반복되면 이중 삼중의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거듭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북한이 공단을 제멋대로 닫지 못하도록 국제적 규범을 합의서에 반영하는 데 역점을 뒀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박 대통령의 일관된 대북 원칙을 이해하거나, 적어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수(常數)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시각이다.

○ ‘대북정책 제3의 길’ 가능성?

청와대가 엄격한 상호주의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보여주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꾸준히 전한 점도 개성공단 회담 타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대화의 창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 북한에 최후통첩을 보내는 통일부 성명에서 인도적 지원 계획을 함께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대(對)북한 약속을 일관성 있게 지킬 것이라는 정부의 의지를 북한에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서도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로 회담에 나온 만큼 정부도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해 합의문을 도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퍼주는 대화가 아니라 문제를 푸는 대화를 지속하면 비선(秘線)을 통하지 않고도 공식 대화채널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북한에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회담에서도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내용과 진정성, 비전을 북한에 거듭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화 아니면 강경의 이분법을 벗어나 제3의 길을 가겠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기본구상이 남북관계에서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북한 붕괴를 전제로 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은 물론이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이른바 ‘퍼주기식 남북 대화’와도 다른 새로운 길의 가능성을 열어 가겠다는 얘기다.

○ 남북 대화 확대 및 개성공단 국제화 전망은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처음에 자갈밭을 갈 때는 무척 천천히 갈 수밖에 없지만 어려운 과정을 거쳐 고속도로로 진입하면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비유했다.

또 합의문에서 개성공단 국제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것은 과거 정부의 개성공단과 확연히 구분되는 ‘박근혜표 개성공단’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남북 간 신뢰가 쌓이면 북한 비핵화와 상관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1단계)을 시작으로 남북 경제협력을 확대(2단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통·통신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비전코리아 프로젝트(3단계)에 이르러서야 비핵화 문제와 연동된다. 정부 당국자들은 “개성공단 정상화로 2단계의 남북 경제협력이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청와대#남북관계#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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