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금 올리기 전에 줄줄 새는 복지예산부터 막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5일 03시 00분


4년 전, 2005∼2008년 사회복지 예산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 잘못 지급한 돈이 2879억 원이나 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복지정책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자 정부는 급여 대상자의 소득과 서비스 정보를 한데 모은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만들었다. 2010년 1월 4일 통합관리망 개통 당시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복지급여를 중복이나 누락 없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해 국민 신뢰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감사원이 그제 발표한 ‘복지전달체계 운영실태’ 감사결과 관리망을 개통한 2010년 이후 3년 동안에도 2350억 원의 복지 예산을 잘못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사망한 32만여 명에게 639억 원의 복지급여를 주고, 담당 공무원이 자료를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안 줘도 될 752억 원을 지급했다. 소득과 재산자료를 잘못 입력하거나 늦게 반영하는 바람에 새나간 돈도 375억 원이었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감사원에서 과거 관리망이 없어 밝혀내지 못했을 뿐 2005∼2008년 실제 누수액은 2879억 원보다 많았을 것”이라며 “그래도 관리망 덕분에 61만3000명의 부적정 수급자를 가려내 1조5000억 원의 재정을 절감했다”고 해명했다. 도둑이 들었는데 훔쳐간 물건이 적다며 도둑 잡을 생각은 안 하고, 오히려 큰 덕이나 본 것처럼 기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줄줄 새는 복지 예산만 제대로 막아도 정부 여당의 다짐대로 세금을 덜 올리고 복지공약을 이행할 수 있을지 모른다.

복지부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수급자 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모범답안 같은 ‘조치방안 보도자료’를 내놓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인력부족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고의 과실이나 직무유기를 한 공직자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혈세로 만든 예산을 처삼촌 묘 벌초하듯 함부로 낭비하는 정부에는 단 한 푼의 세금도 더 바치고 싶지 않다.
#세제개편#복지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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