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무현 사람들의 ‘사초 증발’ 수사 불응은 부당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5일 03시 00분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이 감쪽같이 사라진 사실이 확인된 것이 지난달 22일이다. 오늘로 25일째다. ‘사초(史草) 미스터리’의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날 때가 됐지만 새누리당의 고발로 시작된 검찰 수사는 여전히 겉돌고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회의록을 만들고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는 데 관여한 관계자 30여 명이 검찰의 참고인 소환에 불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이달 1일 일찌감치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고 검찰에 통보했다. 공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앞서 민주당은 특검제 실시를 요구하며 “공정하고 중립적인 수사가 담보될 때까지 누구도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의 방패막이로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이 지난달 30일 제출한 특검법을 보면 회의록 실종보다는 관련 기록 유출과 대선 활용 의혹 규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새누리당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을 겨냥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특검에 합의해줄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동안 특검이 다섯 번 있었는데 세 번은 완전히 헛일만 했다. 엄청난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며 많은 사람들 집을 뒤지고 사람 부르고 했지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특검이 참 좋은 제도인 줄 알고 있는 국민에게, 이것은 국회의원들에게만 편리한 제도라는 점을 분명히 이해해 주십사 부탁드린다.” 2007년 11월 이른바 ‘삼성 특검법’을 수용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남긴 말이다. 민주당은 특검을 고집할 게 아니라 이 사건의 논란을 끝내는 데 협조해야 한다.

대통령기록물은 후대에 넘겨야 할 국가와 국민의 재산이다. 재산이 없어졌다면 그 이유를 밝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이번 사건의 발단은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자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의 원본 확인 요구였다. 관련자들이 수사에 불응하는 것은 어떻게든 검찰 수사를 피하고 시간을 끌어 사건의 진실을 덮으려는 의도로 보일 뿐이다. 한때 정권을 잡았던 사람들의 태도가 아니다.
#노무현#수사불응#회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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