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복귀한 한국일보 기자들 “58일간 기사 못썼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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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사측의 편집국 봉쇄 조치 24일 만인 지난달 9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15층 편집국으로 기자들이 사측을 성토하는 구호를 외치며 들어오고 있다. 동아일보DB
한국일보 사측의 편집국 봉쇄 조치 24일 만인 지난달 9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15층 편집국으로 기자들이 사측을 성토하는 구호를 외치며 들어오고 있다. 동아일보DB
“책상은 빼앗겼지만 펜은 한 번도 멈추지 않고 굴러갔습니다.”

6월 15일 회사 측에 의한 편집국 봉쇄라는 언론사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뒤 한국일보 기자 180여 명은 58일간 기사를 쓰지 못했다. 책상은 없었지만 기자들은 매일 오전 9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출근했다. 사측을 성토하는 시위를 이어가면서 취재 활동도 계속했다.

기사 입력과 송고, 조판 권한을 모두 사측의 소수 기자가 가져간 상황이었지만 비상대책위원회 측 기자들은 매일 황상진 부국장 주재하에 편집회의를 했다. 기자들의 발제를 모아 1면 톱부터 마지막 면 단신까지 경중에 따라 배치했고 이를 포털사이트 카페 게시판에 공유했다. 최진주 비대위 부위원장은 “기자로서 감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고 당장 오늘이나 내일 신문 제작이 가능해질지 모르는 상황에 늘 대비하자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편집국 봉쇄는 풀렸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신문 제작은 여전히 사측을 지지하는 소수 인원의 몫이었다. 공간은 찾았지만 지면(紙面)은 찾지 못했다. 일부 기자는 경제적 어려움도 겪었다. 6월 급여가 7월 31일에야 나왔고 7월분은 아직 소식이 없다. 최진주 부위원장은 “편집국 봉쇄 후 언론인금고의 생활자금 대출 신청을 한 기자가 20명 이상인 것으로 안다”며 “일부 기자는 모아둔 비상금을 털었다”고 전했다.

12일자 신문부터 제작에 복귀한 기자들의 사기는 충천하지만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일부 취재부서의 데스크는 파행 기간 동안 사측에 서서 제작에 가담한 사람들이다. 비대위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14일 오후까지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당분간 ‘불편한 동거’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현직 직원 201명이 지난달 법원에 낸 기업회생 신청이 받아들여져 이달 말 기업회생 절차가 개시되면 새로운 사주를 찾을 때까지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한 기자는 “열심히 준비한 기획기사가 드디어 신문에 실리고 좋은 반응을 얻어 힘이 난다”면서도 “여전히 긴 터널 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한국일보#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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