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봉쇄사태 겪은 한국일보 이계성 편집국장 직무대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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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추스르는 게 급선무… 사내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

이계성 한국일보 편집국장 직무대리(56·사진)는 아직 활짝 웃지 못했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일보 편집국장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50분 내내 그의 휴대전화로 각계의 축하전화가 걸려왔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국장실을 찾아 축하인사를 건넸다.

기자들의 신임투표에 의한 임명동의안 통과로 11일 편집국장 직무대리를 맡기 전까지 이 국장은 수석논설위원이었다. 6월 15일 편집국 봉쇄 이후 58일간 사설 한 글자도 쓸 수 없었다.

그는 “한국일보 전직 기자, 다른 논설위원들과 함께 봉쇄된 사무실 근처 북창동의 옛날식 다방에 모여 앉아 타개책을 논의했다”고 했다. 6월 26일 출범한 ‘한국일보 바로세우기 위원회’(위원장 이준희 한국일보 부사장)의 일원 자격이었다. 그는 다방에서 논설위원들과 뉴스 흐름에 대해 토론하고 사설도 발제했다.

“답답한 마음은 이루 말할 길 없었지만 언론사 분쟁에서 시니어 기자들이 사측이 아닌 젊은 후배 기자들과 한 대열을 이룬 것은 드물었고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 국장은 새로운 한국일보가 나아갈 길로 ‘깊이 있는 중도’를 내세웠다. “한국일보는 ‘어정쩡한 중도 아니냐’는 비판도 받아봤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추구할 중도란 물리적 중간이 아니라 사안의 중심에 서서 그 실체를 보도하는 겁니다.”

그는 한국일보 사시(춘추필법의 정신, 정정당당한 보도, 불편부당의 자세)를 톱 사진으로 내세운 12일자 1면을 표구해 국장실에 걸어두겠다고 했다. “제2의 창간, 제2의 초심을 되새기고 싶다”는 것이다.

한국일보의 경쟁사가 어딘지 물었다. 그는 “앞으로 깊이 있는 중도로서 영역을 확장해간다면 동아, 조선, 중앙과 한겨레, 경향의 양쪽과 모두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최근 동아일보의 긍정적인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지금 같은 언론 환경에서는 그런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기자들은 신문 편집권을 되찾았지만 이 국장의 어깨는 무겁다. 편집국에 들어가지 못한 대다수의 기자가 속한 비상대책위원회와 회사 측의 가운데 서서 낸 12일자 인사부터 쉽지 않았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겠지만 일단 신문 제작을 위한 틀을 갖추기 위해 조직 추스르기에 역점을 뒀습니다.”

이 국장은 언론계에서 ‘식물·곤충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여섯 가지 매미를 그 울음소리만 듣고 구분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소중한 생명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듯 편집국과 사내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는 ‘관심의 경제학’이 필요한 때입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한국일보#이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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