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박게임, 이거 애니팡 아니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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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3억명 中위챗 운영 ‘텐센트’
게임방식-디자인, 국산게임 베껴… 아이디어 도용 규제 없어 속수무책

한국의 모바일 게임 ‘애니팡’(왼쪽)과 중국 위챗이 이달 내놓은 ‘매일매일팡팡’. 게임 방식, 디자인 등이 흡사해 중국 업체의 베끼기 의혹이 일고 있다.
한국의 모바일 게임 ‘애니팡’(왼쪽)과 중국 위챗이 이달 내놓은 ‘매일매일팡팡’. 게임 방식, 디자인 등이 흡사해 중국 업체의 베끼기 의혹이 일고 있다.
‘중국인들의 스마트폰에 애니팡이 등장했다?’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이 5일 게임 플랫폼 ‘게임센터’를 오픈했다. 위챗은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중국에서는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쓰는, 우리나라의 ‘카카오톡’ 같은 국민 메신저로 가입자가 3억 명에 이른다.

그런데 위챗 게임센터가 첫 작품으로 내놓은 게임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모은 ‘애니팡’의 판박이여서 논란이 되고 있다. ‘매일매일 팡팡(天天愛消除)’이라는 이 게임은 동물의 얼굴을 세 개 이상 배열해 터뜨려야 하는 게임 방식, 지인들과 점수를 경쟁하도록 한 화면 디자인, ‘하트 보내기’와 같은 아이템 적립 디자인까지 애니팡과 거의 같다. 이 게임은 출시 직후 애플 앱스토어 무료 순위 1위에 올랐다.

○ 중국 모바일 게임의 명암

위챗 게임센터는 중국 1위이자 세계에서도 구글, 아마존에 이어 3위(시가총액 기준)를 달리고 있는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운영한다. 시가총액이 70조 원에 이르는 텐센트는 사실상 중국의 PC, 모바일, 인터넷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텐센트가 위챗에 게임센터를 열기 전까지 중국에는 우리나라의 ‘카카오톡 게임하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게임(SNG) 플랫폼이 없었다”며 “텐센트가 모바일 게임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은 이제까지 없던 엄청난 새 시장이 열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에 노골적인 베끼기가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매일매일 팡팡에서 볼 수 있듯 중국 게임회사들은 매우 빨리 또 감쪽같이 게임을 카피한다”며 “텐센트의 모바일 게임 개발 인력만 8000명이란 소문도 있는데 이는 어떤 게임이든 기획서만 있으면 한 달 안에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에는 아이디어 도용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 기업들이 텐센트에 사업 제안서를 낼 때마다 불안해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텐센트는 앞으로 1년 정도는 위챗 게임센터에 자체 개발한 게임만 유통할 생각이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분간 국내 기업들이 발을 들여놓을 자리가 거의 없는 셈이다.

○ 기업들, “싫어도 텐센트에 러브콜”

그럼에도 국내 게임업계는 이렇다 할 항변을 못 하고 있다.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게임 사업을 하려면 이미 ‘공룡’이 된 텐센트와 손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텐센트는 이미 중국 PC게임 시장에 한국 게임회사의 게임 여러 개를 유통해 크게 히트시킨 적이 있다. 텐센트가 보급하고 있는 한국 게임 ‘크로스파이어’와 ‘던전 앤 파이터’는 현지 온라인 게임 순위 1, 2위를 차지하며 연간 1조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중국의 온라인게임 순위 상위 10개 중 5개는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게임일 정도로 텐센트의 중국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막강하다. 최근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에도 진출해 기업 인수 및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텐센트는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의 2대 주주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게임시장이 PC에서 모바일로 옮겨 가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싫으나 좋으나 텐센트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김용환 인턴기자 중국 베이징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위챗#게임센터#카카오톡#애니팡#매일매일 팡팡#天天愛消除#텐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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