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 “朴정부, 복지국가 만든다며 증세 않는 건 모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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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안 후폭풍]
장하준 교수 서울대서 공개강연 “박정희 정권 경제발전 공 인정해야”

“박근혜 정부가 복지국가를 만들겠다면서 증세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은 모순이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 교수(50·사진)가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와 관련해 “산수로는 안 된다”며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13일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제도와 경제발전’을 주제로 1시간 반 동안 열린 공개 강연 자리에서다.

장 교수는 세제 개편안 논쟁과 관련해 “증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장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한 해 예산 대비 공공복지 지출 비율을 살펴보면 멕시코가 꼴찌이고 한국이 꼴찌에서 두 번째”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복지 지출 비율이 미국은 20%, 프랑스 벨기에는 30∼35%인 데 반해 한국은 10% 수준”이라며 “앞으로 40년 뒤 유럽 선진국 수준의 복지국가를 만들고 싶다면 매년 공공복지 지출 비율을 약 0.6%포인트씩 늘리고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정부가 세금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정부가 세금을 걷어 가서 불태우거나 땅에 묻어 두는 것처럼 여긴다”며 “개개인에게 필요한 복지를 다함께 돈을 모아 좀 더 싼값에 ‘공동구매’ 하는 것이 바로 세금의 올바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한 학생이 “박정희 정권에 대해 평가해 달라”고 질문하자 장 교수는 “인권 탄압 등의 한계가 있었지만 경제학자 입장에서 경제발전의 공은 인정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박 전 대통령 개인으로 보면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하고 원조금 받아 스위스 은행에 비자금으로 쌓아 뒀으면 편안하게 살았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당시 세계은행의 반대를 무릅쓰고 포항제철을 건설한 점과 미국의 시장 개방 요구를 거절한 점은 한국이 지금의 경제발전을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장하준 교수#박근혜 정부#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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