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1급 전범, 9월 ‘역사적 재판’ 앞두고 폐렴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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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1만5700명 ‘죽음의 수용소’ 보낸 나치 1급 전범
前헝가리 경찰 차타리 작년 9월 체포… 수십년간 추적한 사이먼비젠탈센터
“죽음이 죄를 사라지게 하는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수많은 유대인을 죽음의 포로수용소로 보냈던 나치 최후의 거물이 법정 단죄를 한 달 앞두고 10일 폐렴으로 사망했다.

이날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 병원에서 숨진 라슬로 차타리(98·사진)는 슬로바키아 코시체(구 헝가리 영토)의 유대인 거주지(게토)를 책임진 고위 경찰이었다. 그는 1941년부터 1944년까지 유대인 1만5700명을 찾아내 폴란드 아우슈비츠와 우크라이나 수용소로 보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사이먼비젠탈센터는 차타리를 1급 ‘나치 전범 리스트’에 올려놓고 수십년간 추적해 왔다. 차타리는 종전 직후 1948년 체코 법원의 결석재판에서 ‘반인륜 범죄’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신분을 위장해 캐나다로 들어갔다. 그는 1997년 캐나다 정부에 정체가 드러날 때까지 몬트리올과 토론토 등을 떠돌며 미술품 딜러로 신분을 속인 채 살아왔다. 이후 유럽으로 돌아온 차타리는 지난해 9월 사이먼비젠탈센터의 현상수배 캠페인을 통해 거주지가 알려지며 헝가리 당국에 체포됐다. 종전 67년 만이었다.

헝가리 검찰은 1년간의 조사 끝에 그를 종신형에 처할 수 있는 ‘고문죄’로 기소했다. 사이먼비젠탈센터는 유대인들을 화물차에 태워 강제수용소로 보낼 때 차타리가 현장에서 직접 감독했으며, 유대인 여성과 노약자를 채찍으로 때리고 맨손으로 땅을 파게 하는 등 잔인하게 대우했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확보해 검찰에 제출했다. 그에 대한 역사적인 재판은 부다페스트에서 9월에 열릴 예정이었다.

사이먼비젠탈센터 이스라엘 사무소의 이브라힘 주로프 소장은 성명에서 “홀로코스트의 가해자가 전범으로 기소됐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에 법의 심판과 처벌을 피한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그의 죽음이 죄를 사라지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이먼비젠탈센터는 1947년부터 현재까지 약 1100명의 나치전범을 찾아내 법정에 세워왔다. 이 센터는 지난달부터 “전범들이 단죄 없이 자연사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독일의 베를린과 함부르크, 쾰른 3개 도시의 주요 거리에 포스터를 붙여 생존 나치 전범을 신고해 달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나치 전범#차타리#사이먼비젠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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