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6000만원 세금 증가액 16만원→2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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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안 후폭풍]
■ 정부, 소득세제 개정안 수정… 봉급자 稅부담 어떻게 달라지나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지 5일 만에 중산층 봉급생활자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복지 재원을 마련한다는 명분으로 봉급생활자들의 ‘유리지갑’만 터는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이번 수정안으로 229만 명의 세금 인상을 없던 일로 한 만큼 세제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세법 개정안 수정안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고 민주당은 여전히 정부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어 추가로 수정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또 이번 수정안에 따라 원안 대비 세수(稅收) 증가액이 1조3000억 원에서 8600억 원으로 44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는 데다 이를 메울 대안도 없어 공약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 근로자 229만 명, 올해만큼만 세금 낸다

정부는 산출된 세액에서 일정 금액을 깎아 주는 근로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서민·중산층 근로자의 추가 세 부담을 없애거나 대폭 낮췄다. 공제 한도가 늘어나면 근로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의미다. 개정안에 따라 연소득 3450만 원 초과∼5500만 원 이하인 근로자 229만 명은 올해에 비해 세 부담이 늘지 않는다. 연소득 5500만 원 초과∼7000만 원 이하 근로자 95만3000명은 추가 부담액이 16만 원(원안)에서 2만 원 또는 3만 원으로 줄었다.

기획재정부는 중간 계층 소득의 150%까지를 중산층으로 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라 연봉 5500만 원을 세 부담 증가 기준점으로 재설정했다. 고용노동부의 ‘5인 이상 사용근로자 평균 임금’ 통계에 따라 연봉 3450만 원을 중간 소득으로 보고, 이 소득의 150%를 약간 상회하는 5500만 원을 중산층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연봉 5500만 원 정도면 근로소득자의 상위 15% 안팎인 만큼 소폭의 세 부담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5500만 원을 증세 기준점으로 삼아야 할 명확한 근거가 없고 사회적 합의도 거치지 않은 상황이어서 추후 논란이 예상된다.

연소득 7000만 원 초과 근로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당초 내놨던 공제 한도가 바뀌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연소득 7000만∼8000만 원 근로자 35만4000명의 내년 소득세 부담액은 예정대로 올해보다 33만 원 늘어난다. 연소득 7000만 원까지는 세 부담이 크지 않다가 7000만 원을 넘으면 가파르게 세 부담이 증가하는 구조다.

형평성만 놓고 보면 ‘계단식’으로 부담액이 증가하는 당초 안이 오히려 공평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서민·중산층 봉급생활자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이런 목소리는 힘을 잃었다. 올해 세법 개정안으로 세 부담이 늘어나는 근로자는 당초 434만 명에서 205만 명으로 줄었다.

○ “공약가계부 수정 계획 없어”

정부와 여당의 이번 세법 개정안 수정으로 중산층 봉급생활자의 반발은 어느 정도 수그러들 것으로 전망된다. 증세에 대한 반발이 가장 컸던 연소득 4000만∼7000만 원 봉급생활자의 추가 세 부담을 없애거나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산층에 대한 ‘증세’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복지 재원 마련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은 “원안에서 제시한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와 자녀장려세제(CTC) 신설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세원 확보책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김 실장은 세법 개정안 수정으로 줄어드는 세수를 보전하기 위해 법인세를 인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약가계부 수정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소득세 최고세율(38%) 적용 구간을 현재의 3억 원 초과에서 1억5000만 원 초과로 낮추자고 주장하지만 기재부는 “실제로 증가할 세수나 형평성 등을 감안하면 정부가 내놓은 안이 낫다”고 주장했다.

13일 정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안 수정안 중 추가 세원 확보 대책은 고소득 자영업자 과세 강화 정도에 불과하다. 일정 수입 이상 사업자들의 전자계산서 발급을 의무화하고, 현금거래 탈루 개연성이 높은 업종을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 업종으로 신규 지정한다는 내용이다. 이제까지 수차례 강조해 온 ‘지하경제 양성화’ 방침을 되풀이한 수준이다. 국세청이 올 하반기(7∼12월) 의사, 변호사, 세무사 등 고소득 전문직과 유흥업소, 주택임대업 등 현금 수입 업종의 고의 탈세에 대해 세무조사를 강화할 방침이지만, 세금을 얼마나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상훈 기자·세종=박재명 기자 january@donga.com
#세법 개정안#수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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