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스포츠로 읽는 세상] 베테랑들 떠난 삼성화재, 신치용감독의 새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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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14일 07시 00분


신치용 감독. 스포츠동아DB
신치용 감독. 스포츠동아DB
흔히 야구감독과 선수 사이를 비유할 때 양과 양치기를 예로 든다. 수많은 양떼를 양치기 혼자 관리할 수는 없다. 양 가운데 1/3은 고분고분하다. 말을 듣지 않는 양도 1/3이나 있다. 유능한 감독이 할 일은 이들 사이에 있는 1/3을 고분고분한 편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1,2군 합쳐 80명이 넘고 1군 엔트리를 들락거리는 선수가 40명도 넘어 모든 선수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을 수 없는 야구의 현실을 보여주는 비유다. 그래서 야구감독은 선수들과의 관계가 그다지 가깝지 않다. 개인의 기량으로 연봉을 결정하고, 선수의 역량이 감독보다 더 승패에 영향을 주는 종목의 특성도 반영됐다.

그러나 배구는 다르다. 선수단 규모가 많아야 20명이다. 야구와 달리 시즌 내내 합숙을 한다. 감독, 선수의 접촉빈도가 높다. 선수 기량이 승패에 큰 역할을 하지만 감독의 역량과 서로에 대한 신뢰가 어느 종목보다 중요하다. 변수가 드문 배구의 특성이다.

삼성화재배구단은 종교집단과 비슷하다. 감독 신치용을 중심으로 뭉친 선수들은 절제된 생활과 헌신적인 플레이로 V리그 6시즌 연속 우승을 했다. 6개월의 시즌 동안 선수들은 많은 유혹을 참아가면서 수도사처럼 생활한다. 휴대전화도 반납하고 숙소에는 TV도 없다. 인터넷도 하지 않는다. 오후 9시 이후에는 먹는 것도 통제하고 새벽에는 기상하자마자 몸무게부터 잰다. 따분하고 힘겹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생활관리라고 한다. 같은 숙소에서 지내는 다른 종목 선수들로부터 ‘배구팀은 공산당’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응집력이 대단하다. 오직 감독의 말만 듣는다. 감독 말을 따르면 성공한다는 신념이 무섭기까지 하다.

삼성화재의 신화 뒤에는 감독을 믿고 따르는 제자가 있었다. 석진욱, 여오현, 고희진 등 30대 베테랑들은 어린 선수들에게 감독의 깊은 속을 알리는 전도사였다. 평소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하지 않는 감독은 베테랑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했다. 카리스마는 그렇게 생긴다. 리더는 신비로워야 한다. 그 깊은 속을 알 수 없어야 선수들은 지도자를 두려워하고 전해서 들리는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2013∼2014시즌을 앞두고 삼성화재에 변화가 생겼다. 여오현이 라이벌 구단 현대캐피탈로 갔다. 석진욱은 유니폼을 벗고 러시앤캐시의 수석코치가 됐다. 삼성화재는 이제 변화를 필요로 하는 때가 됐다. 공교롭게도 2013안산우리카드컵 대회에서 예선 탈락했다.

신치용 감독은 패배 뒤 미팅 때 먼저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스스로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기반성부터 했다. 선수들에게는 “우리가 안 되는 것은 없더라. 하면 되겠다”며 희망을 줬다. 신 감독은 패배의 해답으로 우선 명상을 택했다. 명상 속에서 새로운 지도방침을 찾아낼 것이다. 아직 그 해답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가오는 시즌을 앞둔 훈련에서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내부의 적을 가장 경계한다. 그는 “감독의 일은 결국 선수의 마음을 빼앗는 것이기에 기생과 같다”고도 했다. 선수의 마음을 잡기위한 방법과 결단, 선택은 지구상 모든 스포츠 팀의 감독이 항상 고민해야 하는 숙명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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