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스마트폰 못쓰게 ‘킬 스위치’ 넣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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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운영체제에 심어 삭제 불가… 내년 상반기부터 신규 기기에 적용
“훔쳐도 팔 수 없어 도난 줄어들 것”

#장면 1. 지난해 말 서울 마포구 A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스마트폰 12대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알고 보니 가출 청소년 5명이 학교에 잠입해 체육시간에 학생들이 교실을 비운 틈을 타 스마트폰을 몽땅 가져갔다. 가출 청소년들은 대당 7만∼10만 원에 이를 팔았고, 스마트폰은 초기화를 거쳐 중고품으로 유통됐다.

#장면 2. 경기도에 사는 60대 노인 장모 씨는 지난해 동네 경로당에 바람을 쐬러 갔다가 낭패를 봤다. 봉사활동을 나왔다는 청년들을 만나 신분증을 건넨 게 화근이었다. 이들은 “라면, 계란 등 생필품을 드리고 싶은데, 드렸다는 확인을 받으려면 신분증이 필요하다”며 주민등록증을 요구했다. 이들은 노인들의 신분을 도용해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이를 대당 수십만 원에 해외로 팔아넘기는 전문 사기꾼이었다. 얼마 뒤 몇몇 노인들에겐 월 240만 원에 달하는 전화요금까지 청구됐다. 이들에게 사기를 당한 노인은 200여 명이나 됐다.

이처럼 고가(高價)의 스마트폰과 관련된 각종 범죄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휴대전화 부정사용 피해 방지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3일 △스마트폰 도난방지 기술인 ‘킬 스위치’ 의무화 △대리인 가입이나 다회선 개통을 사전 차단하는 ‘휴대전화 보안등급제’ △불법 대부 광고에 사용된 전화번호의 이용 정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킬 스위치’를 도입하면 스마트폰을 분실하거나 도난당했을 때 피해자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을 정지시킬 수 있다. 스마트폰을 훔친 사람이 사용자 식별 카드(USIM)를 교체해 사용하려 해도 스마트폰이 켜지지 않는다. 미래부는 “스마트폰을 훔쳐도 활용을 못 하기 때문에 분실, 도난에 이은 해외 밀반출과 개인정보 유출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부는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주요 휴대전화 제조사와 협의해 내년 상반기(1∼6월)부터 출시되는 모든 스마트폰에 킬 스위치를 탑재시킬 예정이다.

미래부는 또 ‘휴대전화 보안등급제’를 도입해 소비자가 휴대전화에 가입할 때 대리인 개통을 허용할지 또는 여러 회선 개통을 허용할지를 스스로 정하게 할 방침이다. 이렇게 하면 자신의 명의를 도용해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사기 행위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8월부터, KT는 11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기존 이용자들도 명의도용방지서비스(www.msafer.or.kr)에 접속해 보안등급을 높일 수 있다.

:: 킬 스위치 ::

제조사가 스마트폰을 생산할 때 기기 내부의 펌웨어나 운영체제(OS) 등 기본 프로그램에 넣는 개인정보 보호 및 도난 방지 기능을 말한다. 이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은 분실하거나 도난당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재활용할 수 없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킬 스위치#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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