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일제, 저항감 적은 음악 통해 초등학생들에 황국신민 교육”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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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전 전남대 교수 등 7명, 당시 교과서 ‘창가’ 번역해 책 내
15일 명사십리 해변엔 광복의 함성… ‘한여름 밤의 태극기 나눔 축제’ 열려

“조선총독부가 펴낸 교과서를 살펴보면 식민지 교육의 실체를 알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초등학생들이 배웠던 음악교과서 ‘창가(唱歌)’를 번역해 최근 발간한 김순전 전남대 일어일문학과 교수(60)는 “일제가 학교교육 중 가장 저항감 없이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는 음악교육을 통해 초등학생을 황국신민으로 정신무장 시켰다”고 13일 밝혔다.

김 교수가 번역한 창가는 1914년부터 1944년까지 발간된 음악교과서 19권에 실린 504곡이다. 번역 작업에는 김 교수와 전남대 사희영 박경수 장미경 박제홍 강사와 문현일 전남대 객원교수, 김서은 전남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자 등 7명이 참여해 ‘초등학교 창가 교과서 대조 번역’ 전 3권을 펴냈다. 김 교수팀은 원문과 번역을 하나하나 비교, 대조할 수 있도록 구성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음악교과서에 실린 창가는 대부분 일본어이고 축약된 시어로 표기돼 그동안 연구자나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웠다. 김 교수팀은 2010년 7월부터 3년간 원문 구축을 비롯한 번역 작업을 진행했다.

일제가 1926년 펴낸 ‘보충창가집’에는 60곡이 실려 있는데, 이 중 37곡이 한글로 돼 있다. 김 교수는 “한일강제병합 체결 이후 무단통치를 해온 일제가 1919년 3·1운동을 계기로 문화통치를 표방하면서 한글로 된 곡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왕 생일이나 메이지절 등 의식이나 행사 때 부르는 의식창가와 대동아전쟁을 선전하는 창가 등은 1930, 40년대 일제의 민족말살통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김 교수팀은 10여 년 전부터 한국 근대사에서 외면 받던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편찬 초등학교용 교과서를 번역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당시 국어교과서였던 ‘국어독본’ 9권 중 4권을 번역했고 윤리교과서인 ‘수신서’도 번역해 발간했다. 조선인이 일본어로 쓴 소설과 식민지 조선 만들기 등 연구서도 펴냈다. 김 교수는 “일제강점기 교육의 실상과 식민지 교육의 실체를 규명하고 알리기 위해 당시 교과서나 자료 등을 번역하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68주년 광복절(15일)을 맞아 전남 완도군 명사십리 해변에서 광복의 함성이 울려 퍼진다. 사단법인 자원봉사단 만남 광주지부는 15일 오후 5시 명사십리 해변에서 ‘광복절 기념 한여름 밤의 나라사랑 태극기 나눔 축제’를 연다. 광주지방보훈청과 완도군이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다’를 주제로 단체 및 기관, 외국인, 피서객, 주민 2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문화공연과 이벤트가 펼쳐진다.

태극기 관련 부스에서는 태극기 바람개비 만들기, 태극기 바로 그리기, 태극기 퍼즐 맞추기, 태극기 티셔츠 그리기, 손지장 태극기 만들기 등의 행사가 열린다. 무궁화차 시음회, 무궁화 만들기, 무궁화 폼아트, 무궁화 콘테스트 등이 진행되고 평화나무 희망 메시지 보내기, 광복절 기념 의상 입어보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곁들여진다.

외국인 팀이 준비한 ‘8·15 광복 플래시몹’과 아카펠라, 치어리더 팀의 ‘세계평화 광복 퍼포먼스’, 사물놀이, 리틀 응원단 공연, 샌드아트도 선보인다. 밤에는 국민화합과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풍등 날리기’와 캠프파이어도 진행된다. 임찬진 만남 광주지부장은 “휴가철에 무관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행사를 휴가지에 마련했다”며 “광복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조선총독부#일제강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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