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청렴식권으로 민원인에 식사대접”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3700원짜리 구내식당용 지급
“외식보다 시간줄고 오해 소지 없어”
전남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도입

“공무원에게 식사 대접을 받으니 기분이 좋네요.”

8일 전남 광양시청 환경정책과를 찾은 백운산국립공원지정추진위원회 상임대표 등 3명은 청사 지하 1층 구내식당에서 ‘청렴식권’(사진)으로 공무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국립공원 지정 관련 민원 협의를 위해 시청에 들른 이들은 밖에서 점심식사를 하려다 공무원들 손에 이끌려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공무원들이 1식 4찬이 나오는 1인분 밥값(3700원)을 청렴식권으로 지급하자 민원인들은 어리둥절했다. 김경철 환경정책팀장(55)은 “청렴한 접대문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자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워했다”며 “청탁 등 오해 소지도 없고 식사 시간도 절약할 수 있어 여러모로 좋은 시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청렴식권제는 민원인과 공무원이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해당 공무원이 밥값을 시에서 받은 청렴식권으로 내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대구 북구 등 일부 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전남에서는 광양시가 처음이다.

광양시는 지난달 전체 부서를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거쳐 건설과 도로과 건축과 단지조성과 환경정책과 등 민원 및 인허가 부서에 청렴식권 90장을 배부했다. 서문식 광양시 감사담당관은 “거부하기 힘든 ‘식사 자리’에서 대부분의 비리가 싹튼다고 보고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라며 “식권을 많이 이용하는 부서는 청렴도 평가에서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익명 보장 제보 시스템 도입

전남 영광군은 비리 공무원에 대한 징계가 이어지자 익명을 보장하는 제보를 통해 비리를 막는 ‘레드휘슬 헬프라인 시스템’을 전국 기초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익명 제보자의 인터넷주소(IP)나 스마트폰 등을 역추적할 수 없도록 제보자를 보호하는 보안신고 시스템이다. 현재 경찰청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시행 중이다. 제보자는 영광군 공직자의 비리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레드휘슬 웹사이트(redwhistle.org)에 접속해 신고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도 익명신고 QR코드가 인쇄된 ‘클린명함’ 또는 ‘클린스티커’를 스캔하거나 레드휘슬 모바일 웹사이트에 접속해 신고할 수 있다.

영광군이 공무원 비리 척결에 나선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공직비리 사건으로 민간단체 회원 20여 명을 클린 모니터 요원으로 위촉하고 부조리 신고 포상제를 운영했다. 2011년에는 공무원 부정행위 적발 때 본인뿐 아니라 상급자도 처벌하는 등 연대책임제를 시행했지만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측정하는 청렴도 조사에서 바닥권을 맴돌았다. 전남도는 지난달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영광군 공무원 A 씨(40)에 대해 파면을 결정했다. 또 법원 공탁금을 횡령한 혐의로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전산직 공무원 B 씨(44)를 해임했다.

○ ‘청렴’ 지역브랜드 활용

‘청렴’을 지역브랜드로 활용하는 자치단체도 있다. 전남 장성군은 공직자 청렴문화 체험교육으로 전국적 주목을 받고 있다. 청렴교육은 2011년 9월부터 시작했다. 8월 9일 현재 전국 151개 기관에서 2만2502명이 참가했다. 조선시대 대표적 청백리인 아곡 박수량(1491∼1554)과 지지당 송흠 선생(1459∼1547)을 배우고 청렴 유적지 탐방, 축령산 방문 등 교육과 관광을 접목한 체험 프로그램이다. 올 1월에는 올바른 공직 가치관 확립에 기여한 공로로 중앙공무원교육원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다. 교육생들이 지역 상가를 이용하고 농특산물을 구입해 8억3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친환경 재료로 만든 1식 4찬의 음식으로 구성된 ‘청백리밥상’을 선보여 교육생에게 인기를 얻은 것도 도움이 됐다. 김양수 장성군수는 “우리나라를 넘어 아시아에서 교육생들이 장성을 찾을 수 있도록 청렴에 관련한 모든 자료를 한데 모은 한국청렴문화원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