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서 홀대 받는 대전지역 기업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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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축제는 대기업 계열사 독식
출장용 여행계약도 외지업체 차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 보호책 시급

대전지역 업체가 정작 대전에서 홀대받는 경우가 많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행사 기획사를 운영하는 A 씨(43)는 요즘 죽을 맛이다. 대전 충남지역에서 각종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축제가 잇따라 열렸으나 운영은 서울 등 외지 업체가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지 업체들은 대부분 롯데 현대 LG 등 대기업 계열사, 이들 업체는 저가 입찰로 지방 축제 운영을 독차지하고 있다.

B사는 9일부터 11일까지 대전마케팅공사 주관으로 열린 ‘대전엑스포 개최 20주년 및 사이언스 페스티벌’ 행사 대행을 맡았다.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이었다. 이번에도 서울 등 외지 업체가 저가 입찰할 것으로 예상되자 B사는 파격적인 저가로 맞불을 놓았다. 총행사비는 6억 원이지만 4억 원을 약간 웃도는 선에서 행사를 따낸 것. B사 관계자는 “그나마 행사 실적조차 없으면 향후 입찰에서 더 불리해질 것으로 보여 적자를 감수하고 따냈다”고 했다.

지역 여행사도 ‘찬밥’ 대우를 받고 있다. 대전 서구 둔산동의 C여행사는 최근 대덕연구단지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의 태도가 서운하기만 하다. 연구소 특성상 외국 출장이 많아 지역 여행사를 활용해 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외면당했다. 연구기관은 대부분 서울 등 외지 업체와 거래하고 있다.

KAIST는 최근 교내에 입주해 있는 D여행사와의 계약을 1년 연장했다. 이번이 8년째다. 이 업체는 서울에 본사가 있다. KAIST의 교내 여행사 선정은 학생회에서도 일정 권한을 갖고 있다. C사는 학생회를 찾아가 어려움을 호소했고, 학생회도 학교 측에 개선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역 업체의 어려움에는 대전시 등 행정기관의 무관심도 한몫하고 있다. 다른 시도의 경우 자치단체가 주관하는 각종 축제에 지역 업체 참여를 의무화하거나 업체 적격 및 선정 심사 시 가산점을 주는 곳이 많다. 또 대기업 계열사의 경쟁력이 높다 해도 지역 업체와 일정 부분 컨소시엄을 구성토록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의 경우 이 같은 보호책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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