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조사 받은 김종률 前의원 투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뇌물수수 사건 연루… 경찰, 한강 수색 나섰지만 못찾아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김종률 전 민주당 의원(51·사진)이 한강에 투신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색에 나섰다. 김 의원 집에서는 유서가 발견됐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12일 오전 5시 45분경 경찰 112신고센터로 김 전 의원이 한강에 투신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돼 전날 오후 2시부터 약 4시간 반 동안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의 지인으로 알려진 신고자는 “김 전 의원이 오전 3시경 카카오톡으로 ‘억울하다, 죽고 싶다’는 문자를 보냈는데 목숨을 끊은 것 같다”고 112에 신고했다. 또 “불안해서 찾아다니다가 평소 김 전 의원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섬을 혼자 자주 찾던 것이 떠올라 와보니 김 전 의원의 차가 주차장에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전 6시경 서래섬 수상레저 주차장으로 출동해 신고자를 만나 김 전 의원의 차를 확인했다. 차 안에는 휴대전화와 여벌의 옷이 있었고 앞 정박장에 세워진 요트 안에서 김 전 의원의 신발이 발견됐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에 오전 3시 15분경 한 남성이 한 손에 옷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찍혔다”며 “야간이라 얼굴이 명확히 식별되지 않지만 가족들이 걸음걸이 등으로 보아 김 전 의원이 맞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 현관문 우유투입구에서는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가족에게 남긴 1장에는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나머지 2장은 검찰에 보내는 내용으로 ‘서○○ 부장(검사)님, 박○○ 검사님 미안합니다’라며 ‘참 정의롭고 열심히 하는 검사를 보는 것 같아서 흐뭇하고 좋았습니다’라고 썼다. 또 ‘나의 선택으로 자칫 누가 될 것 같아 이 글을 남긴다’고 썼다.

김종률 전 의원이 검찰에 남긴 유서. ‘서○○ 부장(검사)님, 박○○ 검사님 미안합니다’라고 시작하는 유서에는 “나의 선택으로 자칫 누가 될 것 같아 이 글을 남긴다” “끝까지 진실을 밝히고 적극적으로 방어할 생각도 했으나 여기까지 오면서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울하고 무력감, 이꼴 저꼴 보기 싫은 회의감만 있다. 제가 다 지고 간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검찰 제공
김종률 전 의원이 검찰에 남긴 유서. ‘서○○ 부장(검사)님, 박○○ 검사님 미안합니다’라고 시작하는 유서에는 “나의 선택으로 자칫 누가 될 것 같아 이 글을 남긴다” “끝까지 진실을 밝히고 적극적으로 방어할 생각도 했으나 여기까지 오면서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울하고 무력감, 이꼴 저꼴 보기 싫은 회의감만 있다. 제가 다 지고 간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검찰 제공
김 전 의원은 투신 직전 페이스북에 “지역 주민으로부터 큰 사랑과 은혜만 입고 보답을 못했다”며 “진실의 촛불을 들어야 할 때도 함께하지 못했다”고 글을 남겼다. 또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어머니(79)가 홀로 살고 있는 충북 음성군 금왕읍의 한 빌라를 잠시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고문을 맡고 있던 줄기세포 연구업체 알앤엘바이오의 금품전달 사건으로 11일 서울남부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 알앤엘바이오의 라정찬 회장에게서 현금 5억 원이 든 쇼핑백을 받아 2011년 1월 27일 오후 7시경 서울의 한 고급호텔 중식당에서 금융감독원 A 연구위원에게 전달하기로 했으나 중간에 빼돌렸다는 혐의(뇌물공여)를 받고 있었다. 회사의 부실회계를 덮어 달라는 명목의 뇌물을 전달하기로 했으나 ‘배달사고’를 냈다는 의혹을 받은 것. 김 전 의원은 11일 조사에서 “(연구위원에게 돈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실토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조사를 받던 이 연구위원은 11일 오후 10시 45분 무혐의로 풀려났다.

경찰은 12일 수중 수색작업을 오후 6시경 사실상 중단하고 13일 오전 8시 재개하기로 했다.

김 전 의원은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에서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07년 대선 과정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BBK 주가조작 진상조사 대책위원장을 맡아 ‘BBK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2009년 단국대 이전 사업 과정에서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잃었으며 2010년 가석방된 뒤 올해 1월 특사로 복권됐다. 4월에는 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청주 신흥고, 서울대 법대를 나온 변호사(사법시험 35회)로 법무법인 ‘춘추’ 대표변호사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원, 단국대 법대 교수, 사법시험 위원 등을 지냈다. 최근 원자력발전소 부품 납품 청탁과 함께 수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김모 전 한국수력원자력 부장의 형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한 충북 지역 의원은 “최근 김 전 의원을 만나봤지만 별다른 징후가 없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은택·김성모·민동용 기자 nabi@donga.com
#뇌물#김종률#투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