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발자취 따라가며 묵직한 화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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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 29일까지 에르메스 미술상展

역사적 자료를 토대로 작업하는 나현 씨의 '바벨탑 프로젝트. 아틀리에 아르메스 제공
역사적 자료를 토대로 작업하는 나현 씨의 '바벨탑 프로젝트. 아틀리에 아르메스 제공
올해로 14회를 맞는 ‘2013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전은 시각적 볼거리 대신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묵직한 화두를 선사한다. 올해 후보 작가 나현 노순택 정은영 씨는 오랜 자료 수집과 공들인 연구를 기반으로 완성한 작업을 선보였다.

‘여성주의 미술가’로 평가받는 정은영 씨는 1950년대 전성기를 누린 여성국극을 조명한 영상을 발표했다. 4년 동안 국극 배우들을 밀착 취재한 내용이 담긴 인터뷰와 영상은 1세대 스타들과 요즘 활동하는 배우를 대비하면서 남녀 역할의 견고한 관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잔잔한 다큐멘터리처럼 목소리 높이지 않고 관객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준다. 분단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발언해온 사진가 노순택 씨는 연평도 포격사건의 현장을 찾아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를 완성했다. 분단이 우리 곁에서 어떻게 숨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진과 책, ‘분단인 달력’을 볼 수 있다.

객관적 역사와 자료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현대미술가 나현 씨의 설치작품 ‘바벨탑 프로젝트’는 인간의 오만을 상징한 바벨탑이 역사 속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일깨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의 잔해를 쌓아놓은 베를린의 인공산과 경제성장의 쓰레기를 받아들인 서울의 난지도를 바벨탑의 유적으로 추정해 그 발자취를 추적한 작업이다.

9월 29일까지 서울 신사동 아틀리에 에르메스. 최종 수상자는 9월 10일 발표된다. 02-544-7722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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