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하고 독특하게” 시-도립미술관의 신선한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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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텐츠 차별화로 눈길끈 두 기획전

전북도립미술관은 지난해에 이어 초상미술을 주제로 기획한 ‘역사 속에 살다’전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전북도립미술관 제공
전북도립미술관은 지난해에 이어 초상미술을 주제로 기획한 ‘역사 속에 살다’전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전북도립미술관 제공
“눈동자의 홍채까지 세밀하게 그려낸 것이 전통 초상화의 특징이죠. 눈은 그 사람의 성품을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8일 전북 완주군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흥재)을 찾은 관객들은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전시 안내인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37도를 넘나드는 한낮의 폭염을 뚫고 이들이 전시장에 모인 까닭은 ‘역사 속에 살다-초상, 시대의 거울’전을 보기 위해서다. 초등생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관객이 근현대 초상미술이 품은 매력과 재미에 빠져들었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이흥재 관장은 “다른 기획전에 비해 인물화에 대한 관심이 커서 전국에서 관객이 찾아온다. 개막 후 20일간 2만 명이 관람했다”고 소개했다.

지역의 공립 미술관에서 기획력을 발휘한 또 다른 전시가 있다. 대구 수성구 대구미술관(관장 김선희)에서 지난달 16일 개막한 ‘쿠사마 야요이, A Dream I Dreamed’전. 일본 현대미술의 거장 구사마 야요이(84)의 신작 회화를 비롯해 조각 설치 영상 등 100여 점을 소개한 대형 전시로 11일로 7만 관객을 넘어섰다. 고흐나 고갱처럼 교과서에서 접한 화가도 아닌데 주말이면 평균 한두 시간을 기다려 입장할 만큼 인기 있다.

두 전시는 서울에서도 쉽게 접하기 힘든 알찬 콘텐츠로 미술계의 호평과 관객의 호응을 동시에 얻고 있다. 관장들이 지방직 공무원 4급(대구)과 5급(전북)의 처우를 받는 척박한 환경과 시·도립 미술관의 빈약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기획전으로 미술관 브랜드를 구축한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 초상화의 친숙함-전북도립미술관

초상미술은 예술적 작품이자 역사의 기록으로서 당대의 삶과 역사를 반추하는 힘을 지닌다. 지난해 3만4630명의 관객을 모은 ‘채명신과 한국의 초상미술’전에 이어 ‘역사 속에 살다’전은 미술평론가 조은정 씨가 기획을 맡아 ‘그림으로 엮은 만인보’를 선보였다.

올해 전시는 조선 초상화의 양식을 보여준 ‘이숭원 초상’부터 왕건 충무공 등 역사인물의 표준 영정, 근대에 유행한 일반인 초상화, 역대 대통령의 초상, 인물을 테마로 한 현대미술작품으로 구성됐다. 북한으로 간 화가 정현웅, 러시아 레핀대 교수였던 변월룡의 그림도 눈길을 끈다.

올해 미술관 예산은 23억 원. 이 중 전시 예산은 3억 원에 불과하다. 이 미술관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지난해 세계미술거장전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를 자체 기획해 관객 16만5000명, 입장료 수입 9억 원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 관장은 “지방 미술관이 발전하려면 지역 사회의 인식이 달라져야 하고, 미술관 스스로 시민 속으로 다가서기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9월 8일까지. 무료.

○ 물방울무늬의 대중성-대구미술관

대구미술관이 구사마 야요이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몰려드는 관객 덕분에 미술관 측은 쾌적한 전시관람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이 구사마 야요이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몰려드는 관객 덕분에 미술관 측은 쾌적한 전시관람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대구미술관 제공
원로 여성작가 구사마 야요이의 개인전이 열리는 대구미술관은 화려한 색채의 물방울무늬로 뒤덮여 있다. 어려서부터 정신질환을 앓아온 작가는 붉은 꽃이 박힌 식탁보를 본 뒤 강박증적으로 집안 곳곳에 그 잔상이 나타나는 것을 경험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지병을 ‘둥근 물방울’이란 특정 문양을 변주한 작업으로 승화시켜 세계적 명성을 얻는다.

2년 전 개관한 대구미술관은 학생 단체 관람객이 없는 방학이면 그야말로 절간같이 조용한 곳이었다. 김선희 관장은 “요즘은 하루 5000명씩 몰려들어 우리도 놀랄 지경”이라며 “현대미술에 맛들일 만한 전시를 열고자 했는데 이 전시가 시발점이 된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개막 2, 3개월 전부터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전시를 홍보하고 서울 경복궁 앞에 전시안내 깃발을 내거는 등 적극적 마케팅과 ‘알짜 전시’란 관객의 입소문이 시너지를 이뤄냈다. 김 관장은 “서울과 부산 등에서 관객들이 찾아오는 것을 보면서 미술관의 새 가능성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11월 3일까지 전시를 마치면 상하이, 타이베이 등으로 순회 전시한다. 2000∼5000원.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전북도립미술관#대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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