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갈수록 정형화 틀 벗어나야 희망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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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유명 극작가 라키우사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의 스타 뮤지컬 작가 마이클 존 라키우사는 “스타마케팅에 의존한 식상한 반복공연은 브로드웨이도 형편이 비슷하다”며 “최소한의 예술적 창작영역이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의 스타 뮤지컬 작가 마이클 존 라키우사는 “스타마케팅에 의존한 식상한 반복공연은 브로드웨이도 형편이 비슷하다”며 “최소한의 예술적 창작영역이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질문은 ‘최근 관람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중에서 재미있는 작품이 무엇이었는가’였다. 12일 끝난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창작클래스 특강을 위해 한국을 찾은 마이클 존 라키우사(51).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작곡가 겸 극작가 중 한 명이다.

동공의 경계가 또렷한 청회색 눈동자만큼 그의 답변은 단호하고 차가웠다. 33도 무더위에 잿빛 정장으로 온몸을 감싼 이유를 알 만했다. “뮤지컬의 황금시대는 끝났습니다. 판에 박힌 레퍼토리를 배우만 바꿔 반복하는 형편은 브로드웨이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희망은 있습니다. 주어진 틀 밖에서 상황을 냉정히 보고 사고하려 드는 창작자가 더 많아져야 해요.”

라키우사처럼 한 작품의 작사 작곡 대본을 도맡아 창작해 내는 인물은 브로드웨이에도 드물다. 그는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 고대 그리스 비극작가 에우리피데스 등 거장들의 작품을 모티브로 삼아 작품을 엮어 낸다. 2008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국내 초연한 ‘See What I Wanna See’의 원작은 일본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몽(羅生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한 장소에서 같은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르게 상황을 기억하는 이야기죠. 한국에 올 때마다 TV드라마를 유심히 봅니다. 말다툼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던데…. 이유는 아마 다 같을 거예요. 하나의 상황을 사람마다 다르게 이해하기 때문이죠. 인간성의 본질을 파고든 위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2005년 공연 전문지 ‘오페라 뉴스’ 기고문에서 “2000년대 흥행작 ‘프로듀서스’ ‘헤어스프레이’ 등은 죄다 가짜 뮤지컬”이라고 주장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뮤지컬 제작자들이 정교한 안무와 음악 대신 뻔한 춤과 노래로 기계적 생산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 그는 “갈수록 자신만의 목소리를 전하는 작품을 만나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창작자들이 무슨 걱정을 하든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성장세는 굳건합니다. 올해 토니상 6개 부문을 휩쓴 ‘킹키 부츠’도 결국 그냥 매끈하게 빚어 낸 심심풀이일 뿐이에요. 뮤지컬은 태생부터 고급 예술이 아니었지만 콘텐츠의 창의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업성과 분리된 영역에 대한 꾸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혹시… 누가 알겠습니까? 당장 내년에 어떤 히어로가 나타나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지.”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뮤지컬#라키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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